스내커

청춘은 마음에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닌 하나라고 한다면, 몸에 따라 마음이 따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마음 먹은 대로 몸이 따라 오기도 합니다. 노화 역시 몸과 마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몸은 늙었지만 젊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몸은 젊었어도 이미 마음은 늙어버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1979년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엘런 랭거 교수는 대담한 실험을 기획합니다. 75세의 남성들에게 일주일 동안 20년 젊게 살아보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엘런 랭거는 1959년과 똑같은 환경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TV방송 등 모든 것을 1959년과 느낌이 나도록 말입니다.

 

1979년에 75세면 오늘 날 90세쯤 되는 노인들입니다. 일상을 손주나 자녀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아니라 할아버지들이니 오죽했겠습니까! 노인아기와 같은 삶을 살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다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이지요. 55세 때처럼 말입니다.

 

실험의 자발성을 확보하기 위해 75세의 할아버지들에게는 언제든 실험을 그만둘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적으로 할아버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장한 것입니다.

 

식사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일주일을 지냈습니다. 한마디로 55세의 삶을 일주일 동안 살아본 것입니다. 세월을 거슬렀다고 해서 반시계실험(counterclock experiment)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동료검토 학술지(peer-reviewed journal)에는 실리지 못했습니다. (랭거 교수가 NPR과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1980년 정년보장을 받아, 더 이상 학술지 성과가 중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번거로운 동료검토 학술지 발표대신, 옥스포드 대학에서 간행하는 논문집(handbook)에 발표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들에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젊어졌습니다. 심지어 IQ가 향상됐습니다. 몸은 기민해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75세 할아버지들의 시력과 청력도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단 일주일 동안 스스로의 삶은 직접 통제하며 젊게 살았는데 말입니다.

 

영국 BBC의 다큐멘타리 “늙지 말아요(Don’t grow old)”에서 나오니 시간 내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48분쯤 나옵니다.

 

이 연구가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노화는 몸의 작용이지만, 동시에 마음의 작용입니다. 몸이 늙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먹기 나름입니다. 언제나 청춘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회는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50대만 되면 노인이 되라고 강요합니다. 연금과 의료비나 축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국가재정이 적자라고 걱정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계속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정년퇴직이 없으면 젊은이들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교육과 훈련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됩니다.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의료비와 젊은이에게 제공하는 무료 교육훈련 중 어느 것이 저렴할까요? 뇌가 없어도 알 수 있습니다. 젊은이에 대한 무료 교육훈련이 저렴합니다.

 

그런데 왜 사회는 젊은이들에게는 교육훈련비용을 비싸게 물리고, 중년에게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노인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일까요? 연금,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노인들도 싫어하는데 말입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류는 60세를 넘겨 살기 힘들었습니다. 50세에는 그만 일하고 쉬라고 하는 것이 늙은 사람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60세가 돼도 노인이 아닙니다. 중년입니다. 신중년이란 용어도 있더군요. 80, 90세는 돼야 노인입니다.

 

몸과 마음이 펄펄한 50, 60대에게 노인이기를 강요하는 것은 잔인할 뿐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합니다. 일본은 그런 어리석음으로 지난 20년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일본의 어리석음을 우리가 따라 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뭐가 되는 것일까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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