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의 종말

입력 2013-09-22 13:22 수정 2013-09-26 18:33
스텔스의 시대는 끝난 듯합니다. 저렴한 수동레이더 기술때문입니다. “레이더 대 스텔스: 수동레이더와 미국 국방력의 미래(Radar versus Stealth: Passive Radar and the Future of US Military Power)”에 잘 설명돼 있습니다. 미국 제3해병 비행단의 기획장교인 아렌드 웨스트라 중령이 JFQ(Joint Force Quarterly) 2009년 55권 4호에 기고한 논문입니다. JFQ는 미국국방대학(National Defense University)에서 간행하는 군사전문지입니다.

 



스텔스의 위력은 과거시제입니다. F-117 폭격기(F가 붙은 전투기지만 폭격임무를 주로 수행)는 1983년 작전에 배치된 후 1999년 세르비아에서 격추되기 전까지 단 한대도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특히 1991년 1차 걸프전 때에는 그 촘촘하다던 이라크의 방공망에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스텔스 기능이 없던 다른 전투기는 32대나 격추됐던 점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비행기가 전투에 투입된 이래 역사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텔스기의 영광은 더 이상 없을 지도 모릅니다. 수동레이더(Passive Radar)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레이더는 능동형입니다. 전파(X밴드)를 발사해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를 분석합니다. 스텔스기술은 바로 능동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기술입니다. 레이더에서 쏜 전파가 발신지로 반사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기체의 모양을 레이더전파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비행기의 재질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 전파의 반사율을 줄였습니다.

 

“스텔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레이더에 완벽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전파를 완벽하게 흡수하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플라즈마를 비행기 주변에 발생시켜 전파를 완벽하게 흡수하는 기술이 있지만, 실험실 수준입니다. 꽤나 먼 미래의 기술이지요.

오늘날의 하늘에는 단파, AM/FM라디오, TV, 이동전화 등 다양한 전파가 가득합니다. 아무리 최신 스텔스기술을 적용했어도 하늘을 날아다니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전파를 흩어지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동레이더는 단파, AM/FM라디오, TV, 이동전화 등의 전파가 비행체에 의해 흩어지는 양상을 잡아내는 기술입니다. 과거에도 수동레이더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최소한 2군데 이상(예: 방송국, 이동전화 기지국 등)에서 발신된 전파가 비행체에 의해 흩어지는 양상을 잡아낸 다음, 잡음을 걸러내고 보정하는 등 복잡한 정보처리과정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성능 컴퓨터가 없으면 구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고성능 컴퓨터가 저렴하게 보급됐습니다.

 

록히드마틴의 Silent Sentry, 록 매이너 리서치의 CELLDAR, 테일레이시온의 Alerter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고 프랑스 스웨덴 중국 러시아 등에도 이와 유사한 수동레이더제품이 개발돼 있다고 합니다.

 

수동레이더에는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능동레이더처럼 전파를 발신하지 않아 레이더위치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레이더가 전파를 발신하지 않으니 전투기는 레이더에 탐지되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수동레이더는 가격마저 저렴합니다. 전파를 발신할 필요가 없으니 오직 전파 탐지장비만 갖추면 되기 때문입니다. 발신장비 구축비용이 빠지는 것이지요.

 

스텔스기를 잡는 기술이 수동레이더만 있는 게 아닙니다. 러시아의 콜추가(Kolchuga)는 ESM(Electronic support measure)과 DF(Direction finding)기술을 적용,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적외선과 광전체계(Electro-optical)를 이용한 기술도 있다고 합니다. X밴드 대신 VHF와 UHF를 이용하는 레이더도 있고, 밀리미터파(MMW: millimeter wave)를 이용한 레이더도 있습니다. 이런 능동레이더는 수동레이더와 달리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위치가 발각돼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위치를 드러내지 않는 수동레이더가 얼마나 강력한 방어무기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1950년대 미국 공군기는 한반도 하늘을 장악했지만(그러고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1960년대 지대공미사일의 등장으로 미국의 공군기는 베트남 상공에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비행기는 아라비아의 사막 하늘을 다시 장악했습니다. 스텔스기술로 공대지 미사일을 무력화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될 듯합니다. 비행기는 다시 무력화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수동레이더가 스텔스기술을 무력화하기 때문입니다.

 

50년대 한반도 상공의 성공이 60년대 베트남 상공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처럼, 90년대 이라크상공의 성공은 21세기 한반도 하늘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전쟁기술의 우위 마저 너무나 빠르게 바꿔놓고 있습니다. 수백조원을 들여 개발한 스텔스 폭격기가 값싼 컴퓨터때문에 무력화되는 현상이 참 흥미롭습니다. 첨단은 반드시 돈을 많이 들인다고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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