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첨단이 기분은 좋게 하지만...

첨단을 보면 기분 좋습니다. 미국 디스커버리채널이 방영한 “미래 공군력의 비밀(Secrets of Future Airpower)”보면 공상과학 영화 뺨치게 재미있습니다. 이때 활성화하는 동기는 접근동기(approaching motive)입니다. 보상이나 기회에 민감해지는 반면, 처벌이나 위험에는 둔감해 집니다.

 

살면서 접근동기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접근동기만으로는 삶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회피동기(avoidance motive)과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이 균형이 조금씩 다릅니다. 접근동기가 회피동기에 비해 왕성한 사람이 대체로 진보적이고, 반대로 회피동기가 더 왕성한 사람이 보수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접근동기가 더 활성화돼 있는 편입니다. 즉 진보적 성향이 꽤 강합니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 행동을 보면 상당히 진보적입니다. 새로운 사조를 도입하는 정도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한국에서 첨단은 늘 환영 받습니다.

 

이제까지 이런 성향이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잘 풀려온 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뭐든 첨단을 추구하는데, 이게 잘못될 가능성이 꽤 농후하다는 겁니다. 무기도입과 관련 논쟁도 이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F-35가 첨단추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호주ABC의 4코너즈(Four Corners)가 이 문제를 잘 짚어주었습니다. 4코너즈(Four Corners)는 호주ABC방송의 탐사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미국의 60분, 한국의 추적60분쯤 되겠네요.

 

4코너즈가, 지난 2월 18일, 차세대 전투기 선정으로 시끄러운 우리나라에 의미심장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제목은 “하늘을 향해 뻗다(Reach for the sky)” 입니다. 대본도 함께 있으니 영어듣기가 안되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호주는 F-35의 가장 큰 구매처입니다. 2002년에 1백대를 구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년 넘었지만 아직도 실전 배치를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당연히 문제가 뭔지 짚어 봐야겠죠. 호주는 제대로 된 나라인 것 같습니다. 언론이 록히드마틴의 F-35개발 책임자를 만났고, 미국 국방부에서 F-35 프로젝트 책임자인 크리스 복단(Chris Bogdan)중장도 만났습니다. (록히드마틴과 미국방부의 F-35 책임자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최초라고 하네요.)

 

호주ABC가 크리스 복단 중장에게 들은 내용은 절망이었습니다.

 

“실수하지 맙시다.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위험부담이 있어요.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비용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미래에 풀어야 할 것들입니다.” (“Well let’s make no mistake about it. This program still has risks, technical risks, it has cost issues, it has problems we’ll have to fix in the future.”)

 

호주사람들에게 멘붕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F-35구매와 유지에 무려 35조원($35billion)을 지불해야 하는데, 구매결정 후 10년 넘게 지난 2013년에 아직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니요.

 

방송에서 제기한 F-35의 문제는 숨겨진 비용과 과장된 성능입니다.

 

우선 비용입니다. 2012년 12월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한마디로 말해, F-35프로그램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다…(In a nutshell the Joint Strike Fighter program has been both a scandal and a tragedy…)”라고 말할 정도입니다(프로그램 10분쯤에 나옵니다.) 미국정부에 따르면, 당초 개발비용이 233조원($233 billion)정도 들것이라고 했는데, 현재 70%나 더 많은 400조원($395.7 billion)이 들것이라고 합니다.

 

2011년 캐나다는 F-35를 65대 도입 결정했습니다. 이때 도입비 9조원(90억 달러), 유지비 7조원(70억달러) 등 총 16조원이 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캐나다 감사원장 마이클 퍼거슨(MICHAEL FERGUSON, AUDITOR GENERAL)은 총 25조원이 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02년 호주가 F-35 1백대를 도입할 결정 당시 대당 540억원($54 million)정도 예상했습니다. 현재는 1300억($130 million)입니다. 당초계획보다 무려 3배나 오른 가격입니다.

 

비싸더라도 성능만 제대로 발휘해 주면야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F-16만도 못하다고 합니다. 도면상으로야 월등하지만, 실제로는 도면상의 성능이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F-35는 공군, 해군, 해병의 요구를 모두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전폭기입니다. 해군요구에 맞춰 항공모함에서 발진할 수 있어야 하고, 해병대 요구에 맞춰 수직이착륙기능도 있어야 합니다. 공중전도 잘해야 하고, 지상폭격도 잘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덩치가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외형만 커진 게 아니라, 비행기를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상당히 복잡해졌습니다.

 

F-35는 비행기이지만, 핵심은 첨단 컴퓨터입니다. 모두 디지털화돼 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해 봐서 아시겠지만, 프로그램이란 게 늘 문제를 일으킵니다. F-35를 돌리는 프로그램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F-35의 프로그램이 윈도XP나 윈도7처럼 안정된 게 아니라, 윈도미나 윈도비스타처럼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지요. 록히드 마틴은 F-35프로그램의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덮어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로 록히드 마틴이 소송 중이라고 하네요. 프로그램의 30분쯤에 이 내용이 나옵니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야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재부팅하면 그만이지만, 교전 중에 버그 때문에 재부팅해야 한다면, 그 순간 곧 격추를 의미합니다.

 

스텔스 기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BC에서는 짚지 않았지만, 레이더 중에 수동레이더(Passive radar)란 게 있습니다. 능동적으로 전파를 쏴서 반사되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퍼져있는 다양한 전파(방송, 통신 등)가 비행체에 의해 교란되는 양상을 측정하는 레이더입니다. 전파를 반사시킬 필요가 없으니, 스텔스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레이더기술입니다. 수동레이더 기술을 북한이 갖고 있지 않다고 믿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지요.

 

올초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민간용 수동레이더 기술활용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고, 영국와이어드가 수동레이더로 스텔스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호주가 2002년에 F-35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2007년에 구매한 것은 F-18수퍼호넷 24대였습니다. 추가로 24대를 더 살 계획 이라네요. 검증이 안된 비행기에 안보를 맡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겁니다. (만일 한국이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정할 경우, 호주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겠네요.)

 

호주와 캐나다는 F-35도입을 결정할 때 경쟁입찰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쟁입찰로 F-35를 걸러낸 한국이 호주와 캐나다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 한국에는 F-35타령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첨단이 기분은 좋게 하지만, 안보는 보수적으로 가는 게 정답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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