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우리는 아직도 원시인, 왜?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100여명 정도의 무리를 져 사냥과 채집하며 사는 과정에서 인류의 몸과 마음의 근본 틀이 대부분 완성됐다는 설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당한 통찰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호기심과 모험심입니다. 7백만 년 전 나무 위에서 맹수가 우글거리는 땅으로 내려온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조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녔습니다. 새로운 땅을 찾아 유럽으로,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퍼져나갔고,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썼습니다. 먹는 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못 먹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새로움의 추구에는 늘 대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안전한 나무에서 내려와 보다 많은 식량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맹수의 “밥”이 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습니다. 고기나 채소 등 아무것이나 다 먹을 수 있는 위장을 갖게 됐지만, 상한 음식(특히 부패한 단백질)의 위협도 증가했습니다. 외부인과 교류를 늘렸지만, 면역이 없는 병균에 감염될 가능성도 늘었습니다.

 

이런 위협에 접한 게 한두 해, 한두 세대가 아닙니다. 수십만 년 반복돼온 일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인가 반복적으로 해야 할 때는 틀(template)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활용합니다. 수십만 년간 같은 상황을 대처해야 한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문제해결에 적합한 틀을 만들어 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보는 어딘가에 저장돼야 합니다. 그런데 생물적 저장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DNA입니다. 모든 동물의 본능이란 게 바로 DNA에 저장된 문제해결의 틀입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거이라 후천적으로 학습할 필요 없이 생래적으로 타고날 필요가 생긴 능력을 말합니다.

 

인간에게도 여러 종류의 본능이 있습니다. 어둠 속의 이글거리는 듯한 두 개의 불빛이 공중에 둥둥 떠있는 듯한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섬찟합니다. 왜 그럴까요? 수십만 년간 이는 맹수의 출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구매한 식품에 이물질이 들어 있을 때 분노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없지만, 그 이물질이 구더기 같은 벌레 종류일 때 반응이 특히 격렬합니다. 해당 상품은 팔리질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구더기 같은 이물질이 정말로 그토록 분노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까요?

 

트랜스지방이란 게 있습니다. 이 놈은 우리 몸의 좋은 지방을 나쁜 지방으로 바꿔놓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나쁜 “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식품 중에 이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경우가 꽤 됩니다.

 

구더기와 트랜스지방 중 어느 것이 더 해로울 까요? 구더기는 단백질이고, 식품처리과정에서 살균이 됐을 것입니다. 굳이 돈 주고 사먹는 소고기와 다를 바 없는 단백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더기가 나온 식품에 대해서는 몸서리를 치는 반면,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은 맛있게 먹습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게 병원균회피 가설입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입에 들어가는 단백질은 다 먹던 시절, 우리 조상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됐던 것은 고기 잘못 먹어 병균에 감염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인가 병균에 감염될 단서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성향이 생긴 것입니다. 반면 트랜스지방은 산업시대에 인류가 만들어 낸 인공식품입니다. 트랜스지방이 해롭지만 이는 단지 논리적인 이해일 뿐입니다.

 

병균회피본능은 21세기 인간이 왜 원시인처럼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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