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원시인

입력 2013-09-09 11:30 수정 2013-09-09 11:30
원시인이라는 소리 듣고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21세기 첨단과학문명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원시인이라는 말은 실례가 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시인이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지요. 위험이 닥치고 있으면 공포를 느껴야 합니다. 뭐 당연한 말 같지만, 21세기 현대인들은 위험이 닥치고 있는데도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슨 위험이냐고요? 일단 인구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생산직 48%가 준고령층이라고 합니다. 30세 미만 청년은 8.8% 밖에 안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추세는 점점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젊은 층 인구는 벌써 줄기 시작했고, 청년들은 일자리 구하기 힘들어도 생산직 일자리는 원치 않으니까요. 인구감소는 명백하게 위기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행동은 어떻습니까? 인구감소라는 위기가 현재 진행 중에 있는데, 인구감소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요? “인구 줄어 걱정이야~” 정도로 말은 할지 몰라고, 진정으로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정정하게 일할 수 있는데, 정년이라며 쉬면서 연금이나 축내라고 일터에서 몰아내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살기 힘들어 짝도 못 짓고, 설령 결혼해도 애를 낳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구감소나 생산직 고령화와 같은 일을 공포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PAIN의 요소만 있으면 사람들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일에 대단히 심각하게 공포심을 느끼곤 합니다. PAIN이란 Personal, Abrupt, Immoral, and Now의 첫 글자로서, 사회심리학자인 다니엘 길버트가 기후변화와 같은 심각한 위기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든 약자입니다.

 

현생 인류의 두뇌는 그 근간이 구석기시절에 형성됐는데, 그 당시에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늘 직접적인 대면(Personal)상황에서, 급격하게(Abrupt), 부도덕하게(Immoral), 그리고 지금 당장(Now) 발생했습니다. 위기는 늘 이런 식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원시인의 두뇌는 PAIN의 조건이 갖춰져야 공포심을 느낍니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을 때, 직접적인 대면 상황이었고, 급격하게 발생했으며, 그 의도가 부도덕했고, 현재 진행형으로 발생했습니다. 참 긴박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광우병 파동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위기의 심각성을 따지면, 연평도 포격이나 광우병 소고기 수입은 인구감소나 기후변화에 비교하면 별 것 아닙니다. 인구감소는 대한민국이 소멸할지도 모를 위기입니다. 그렇다고 인구감소 문제로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벙커에 들어가 대책회의를 열고, 시청광장에 모여 촛불시위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원시인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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