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와 이과를 융합 안을 놓고 논란입니다. 융합이란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시행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듯합니다. 학생을 실험실 쥐 취급하는 교육정책의 변덕 때문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2017년에 문과와 이과를 융합했다가 2021년에 다시 없던 일로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을까요? 문과와 이과의 융합은 교과서 준비, 교육과정 개편 등이 얽혀 있다고 하니 충분히 준비를 해서 제대로 시행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와 이과의 융합은 서둘러야 합니다. 이미 늦었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당초 이과를 선택하려다, 문과를 정했습니다. 과학에 꽤 흥미가 많았지만, 사회와 역사가 더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대학도 문과전공이었고, 직장생활도 “문과적”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갑자기 “정신이 나가” 다 때려치우고 태평양 건너 공부하러 갔습니다.

 

박사과정은 알라바마 대학의 커뮤니케이션대학으로 갔습니다. 돌프 질만 선생님이 터를 마련한 과정입니다. 질만 선생님은 Media Psychology라는 학술지를 창간하는 등, 미디어심리학을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착시킨 장본인입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은 언론의 기능, 미디어메시지의 효과 같은 것을 다루는 전형적인 문과학문입니다. 공부하는 과정도 당연히 문과적인 내용이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과내용이 상당히 들어있습니다. 우선 통계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통계를 문과과목이라고 우기는 분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문과학문에서도 통계는 전공필수입니다. 저는 통계과목을 무려 4과목이나 들었습니다. 2과목은 필수라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고, 2과목은 제가 더 필요하다고 느껴서 들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통계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고급통계라고 가르쳤는데, 막상 연구를 해보니, 박사과정에서 “고급”통계라고 한 게 고급이 아니라 초급이었습니다. 지금 하는 것도 중급통계쯤 되려나요. 연구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통계입니다. 저는 전형적인 문과학문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현재의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체제에서는 문과학생들이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합니다. 저도 문과수학이랍시고 행렬은 빼먹고 수학1만 했습니다. 대학시절에도 문과랍시고, 수학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요. 지금은 수학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수학뿐 아닙니다. 생물학 지식도 아쉽습니다. 박사과정때 생리심리학 수업을 기초도 없이 듣다가 하마터면 C를 받을 뻔 했습니다. C를 한과목이라도 받으면 학비보조금 및 조교급여가 중단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같은 과목을 듣는 동료 한 명은 C를 받고 다음 학기에 학위 없이 귀국했습니다. 저는 가까스로 B를 받아 위기를 넘겼는데, 생물학에 대한 기초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덜 고생했을 겁니다.

 

흔히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사회현상이고 어디까지가 자연현상일까요? 신경세포를 들어보지요. 신경세포는 당연히 자연과학의 영역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든 생각과 행동은 신경세포의 발화를 통해 이뤄집니다. 신경세포의 작용은 자연과학의 영역일까요, 사회과학의 영역일까요?

 

병균은 어떨까요? 이것 역시 전형적인 이과영역입니다. 그런데, 병균과 사람의 성격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렇다면 병균에 대한 연구는 문과영역일까요, 이과영역일까요?
 

학문의 영역만 그렇다고요? 마케팅을 들어보죠. 통계학과 신경과학이 가장 활발하게 융합현상이 일어나는 분야입니다.

 

물론 통계학이나 생리학 지식이 전혀 필요 없는 분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야를 하게 될지말지를 고등학교 혹은 대학시절에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게다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 교육의 내용이 반드시 실용적으로 써먹을 내용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문과와 이과를 나눠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머리를 스스로 한정 짓도록 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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