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과 파랑의 심리

입력 2013-09-03 03:16 수정 2013-09-03 03:25
민주당이 당의 상징 색을 파랑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파랑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상징 색이었습니다. 보수 정당이 빨강을 상징 색으로 이용하고, 진보 정당이 파랑을 당의 상징 색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색의 심리를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빨강은 보수의 색이고, 파랑이 진보의 색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빨강을 진보의 색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보수의 색입니다. 빨강은 회피동기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빨강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갖고 위험을 회피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조심하게 되고 권위나 전통에 보다 더 큰 가치를 두게 됩니다. 큰 그림 보다는 세세함과 정확성에 초점을 두게 되지요. “하던 대로, 규범대로”를 강조하니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성향을 띨 수 밖에 없습니다. 신호등에서 빨강을 정지신호로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빨강은 전형적인 보수의 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파랑은 빨강과는 반대로 접근동기를 활성화시킵니다. 파랑은 주변 환경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줍니다. 실패해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나 실패가 있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권위나 전통을 따르기 보다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파란색에 접했을 때 보다 연결적인 사고를 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합니다. 반면 빨간색에 접했을 때는 세세함이나 정확성에 초점을 둡니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 “파랑 혹은 빨강? 색의 인지과제수행에 대한 효과 탐구(Blue or red? Exploring the effects of color on cognitive task performance)”란 제목의 논문이 2009년에 학술지인 과학(Science)에 실려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진보적인 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면 진작 파랑을 상징 색으로 사용했어야 합니다.

 

빨강이 진보의 색으로 오해를 받는 이유는 아마도 사회주의 혁명에 사용한 색이 빨강이고, 사회주의를 진보로 여긴 데서 온듯합니다. 사회주의 혁명이 한 때 변혁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일정 정도 진보적인 측면이 있지만, 사회주의 혁명을 진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혁명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지만, 그 변화의 내용이 반드시 진보의 내용을 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진보의 방향은 권력의 분산에 있는데,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권력이 분산되기는커녕, 그 극복대상이라고 하는 자본주의사회보다도 권력이 강하게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빨강을 진보의 색이라고 여긴 것은 착각이었다는 것입니다.

 

빨간 새누리당, 파란 민주당. 한국정치가 제 자리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최소한 색으로는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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