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키우키(4) 과학적 사고

입력 2013-07-06 11:46 수정 2013-07-06 16:37
과학은 뭔가 대단한게 아닙니다. 종종 대단한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말입니다. 과학적이라는 말에 풍기는 어떤 권위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적"이라는 표현을 "진실한"이란 의미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진실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할 때 직접적인 경험부터 간접적인 경험까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만으로는 세상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경험은 오직 상관성만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관성만 제대로 알아도 살아가는게 큰 도움이 되지만,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관성에 대한 지식은 낭비를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기우제를 예로 들어보지요.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특히 기우제를 오랫동안 지내면 비가 확실하게 옵니다. 기우제를 지낸다는 것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우제를 지낼 때 쯤이면 대체로 비가 올 시기가 일치합니다. 그런데 이런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원시인들은 기우제 자체에 정성을 들입니다. 기우제 지낸답시고, 돼지도 잡고, 소도 잡습니다. 심지어 산 사람까지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적인 관찰에는 왜 그런지에 대한 원리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경험적 관찰과 논리적 체계는 과학의 두 축입니다. 경험과 논리 어느 하나만 빠져도 과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과학은 늘 검정의 과정이 있습니다. 이론을 제시하고, 그 이론에 맞춰 측정한 다음, 이론을 수정 보완합니다. 언뜻 쉬워보이지만, 실행에서는 꽤 오류가 많습니다. 측정을 잘못하기도 하고, 관찰의 결과를 이론에 반영하지 않기도 합니다.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혁신의 딜레마"가 이런 오류를 잘 보여줍니다. 크리스텐슨의 신작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서문에 보면 그의 이론이 안보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옵니다. 클린턴행정부의 국방장관이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보고 감명받아 장관의 직속부하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크리스텐슨은 혁신이론을 설명했습니다. 미니밀(소형제철소)이 로엔드 시장(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제품시장)에서 출발해, 결국 하이엔드시장(고품질의 고가시장)에서 종합제철소를 무너뜨리고 전통적인 철강산업을 파괴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참모들은 크리스텐슨의 혁신이론을 안보에 바로 적용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안보는 구 소련과의 경쟁이라는 하이엔드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이미 안보라는 시장의 틀은 하이엔드가 아닌 테러리즘이라는 로우엔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안보전략도 구 소련과의 대결이라는 틀에만 전념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합동전략사령부 등 신규 조직 설립을 세워, 미군이 전 세계에서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연구소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언뜻 미국 국방부는 크리스텐슨의 이론을 제대로 적용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F-22, F-35같은 거대무기 개발에 돈을 쏟아붇고 있는 현실이 말해줍니다. 지금 지구상에서 미국이 F-22를 써먹어 전쟁할 나라는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F-35도 마찬가지입니다. F-22나 F-35에 대한 뉴스를 보면, 미국국방부 내에도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F-22로 아프간산악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 공격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F-22로 러시아나 중국 전투기와 한바탕 공중전을 벌일 것도 아니란 것도 잘 압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 국방부는 이론도 알고, 그 이론을 현실에 적응할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왜 바뀌지 못하는 것일까요?

과학적 사고라고 할때는 관찰결과를 이론에 적용해야 하는 과정을 포함하는데, 미국국방부는 이 과정을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겁니다. 참모개개인은 잘 천재급이지만, 개인의 천재적인 머리가 조직의 천재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이 과학적 사고를 한다고 해서, 그런 개인들이 모인 조직도 과학적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힘을 키운다고 할때는 개인수준의 마음의 힘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조직수준의 마음의 힘도 중요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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