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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랭킹으로 본 한국의 지력

대학은 그 나라의 지력을 상징하는 기관입니다. 훌륭한 대학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뛰어난 인재가 배출된다는 것이고, 지식이 창출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국내에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서울대가 근근히 100위권 안에 드는 정도입니다.

이번에 서울대가 세계대학랭킹센터가 선정한 100대 대학에서 40위를 기록했다고합니다. 1위는 하버드, 2위는 스탠포드 대학이 차지했습니다. 말이 40위이지 대단한 성과입니다. 미시건대학, 미네소타대학 등 쟁쟁한 대학들과 비슷한 순위입니다. 게다가 세계대학랭킹센터가 사용한 방법을 보면 상당히 객관적이면서, 대학의 실질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평가에 사용한 지표는 모두 7개 항목입니다. 교수진의 질, 권위있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수, 영향력이 특히 높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수, 게재한 논문의 인용도, 특허 수, 졸업생의 취업률(2000대 기업 CEO), 교육의 질 등입니다. 교수진의 질은 소속 교수들이 받은 노벨상, 필드메달, 템플턴상 등 각 분야의 권위있는 상을 종합했고, 교육의 질은 학교동문들이 받은 상을 종합했습니다. 기존의 설문에 의존하는 대학랭킹에 비해 대학의 실질적인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별 지표를 보면 한국의 지적역량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대가 종합순위는 40위이지만, 특허수는 무려 공동 4위입니다. 이는 MIT, 존스홉킨스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란 뜻입니다. 서울대가 하버드나 스탠포드보다도 특허가 많습니다. 반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수는 48위입니다. 영향력이 특히 높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수는 순위밖입니다. 발표논문의 인용지수는  76위입니다.

특허는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인데, 논문은 하위권입니다. 이는 서울대가 지식의 생산보다는 생산된 지식의 응용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주된 연구가 순수 학문보다는 산학프로젝트에 많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향은 서울대가 세계적으로 2위입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헤브루 대학이 서울대보다 심합니다. 세번째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학입니다. 이외에도 일본 대학들이 이런 경향이 높습니다.

반대로 연구에 비해 특허비중이 낮은 학교는 미국 프린스턴대학, 캐나다 토론토대학, 미국 시카고 대학, 워싱턴대학,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 등입니다. 주로 미국과 유럽대학들입니다. 산업지향적일 것 같은 MIT나 스탠포드대학은 연구와 특허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측면에서도 서울대가 많이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의 교수진과 동문이 받은 권위있는 상으로 보면 둘 다 100위권 바깥입니다. 교수진보다는 동문이 받은 상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2000대 기업 CEO를 배출한 성적을 보면 서울대 성적이 상당히 좋습니다. 무려 13위입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MIT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이 조사에서 서울대의 연구의 질과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는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서울대의 학문적 수준은 순위권 바깥이지만, 산업적 기여도는 세계적으로도 수위권에 속합니다. 서울대가 종합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KAIST같은 산업과 기술중심대학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결과는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대학에 대해 산업에 직접 써먹을 수 있는 지식과 사람을 배출하라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추세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서 지식을 수입해 “가공”하는데 만족할 것이라면, 이런 방향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지식을 창출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늘 2등국가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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