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자체를 왜곡하지 않고도 사실을 왜곡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슬쩍 빼고 전달하는게 대표적입니다.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질적 규제로 바뀌어야"라는 제목의 연합뉴스의 보도는 이런 왜곡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대 정신의학과 한덕현 교수가 넥스개발자회의에서 발표한 '게임에 대한 뇌 반응'을 왜곡해서 소개한 기사입니다.

본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
한 교수는 "프로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게임을 오랜 기간 한 선수일수록 대뇌의 전두엽 피질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전두엽은 사고력 등 고등 행동을 관장하는 부분으로, 전두엽 피질이 두꺼워진다는 것은 사고를 관장하는 영역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게임을 오래 하면 중독이 돼서 오히려 뇌의 기능이 약화한다는 일반의 믿음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

이 기사를 보면, 마치 한덕현 교수가 게임을 많이 함으로써 게임중독에 빠지는 현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게임을 통해 두뇌를 계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핵심을 누락했습니다. 한덕현 교수의 연구는 프로게이머만을 대상으로 한게 아니라, 일반인도 함께 연구했습니다. 한 교수의 연구에서는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의 게임을 통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전두엽의 피질이 두꺼워졌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덕현 교수가 일반인의 뇌에 대한 내용을 뺄리가 없어 실제 강연내용을 찾아 보았습니다. 보다 상세하게 보도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전문매체인 인벤이 보도한 "게임을 통해 뇌를 개발한다! 한덕현 교수가 말하는 게임과 뇌과학"이란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
게임을 개발함에 있어 작동기억(Working Memory)을 염두하고 제작한다면 보다 유익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작동기억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기억을 말한다. (중략)


뇌의 구조 및 작동원리 발표 이후 프로게이머들의 두뇌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프로게이머들은 대체적으로 뇌껍질이 발달되어 있으며,

주로 전두엽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두엽이 발달하는 프로게이머와는 달리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일반인들은 초반에는

전두엽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이를 사용하지 않아 발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한덕현 교수는
프로게이머들은 작동기억을 통해 제대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며, 단순 게임 과다 이용자들은 무너진 스키마를 통해 중구난방으로

즐기는 것이라 설명했다.
--//

즉, 한덕현 교수는 프로게이머뿐 아니라 일반인에 대해서도 설명했고, 이를 작업기억(혹은 작동기억: Working memory)에 부하를 주는 게임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는 맥락에서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게임을 만들 때 작업기업에 부하가 걸리도록 만들면, 게임을 하면서 두뇌도 계발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프로게이머를 든 것입니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처럼 게임을 합니다. 따라서, 프로게이머는 일반인과 달리 게임을 할때도 작업기억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작업기억에 부하가 걸리도록 게임을 하면, 전두엽이 발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 때, 게이머들이 작업기억을 사용하도록 만든다면, 게임을 통해 일반인들도 프로게이머처럼 전두엽이 발달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게임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한게 아닙니다. "작업기억에 부하를 주는 게임을 만들어 봐라"는 주장을 한겁니다.

작업기억은 인간의 지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업기억은 단기저장과 실행통제 2가지 기능을 합니다. 단기저장은 말그대로 유입된 정보를 임시로 저정하는 겁니다. 요리를 할 때 작업대가 큼직해야 요리를 수얼하게 할 수 있듯, 단기저장용량이 크면, 유입되는 정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있습니다.

실행통제는 일종의 사령탑입니다. 주의를 집중한다거나, 과제를 전환한다거나,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단기저장용량과 실행통제는 지능의 핵심요소입니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단기저장용량도 크고, 실행통제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작업기억을 타고난 것으로 여겼지, 후천적으로 계발할 수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작업기억에 부하는 줌으로써, 작업기억용량이 훈련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마치 중량을 들어 올려 근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문제는 중량을 들어 올리는 것이 힘들듯, 작업기억에 부하가 걸리는 것도 역시 피로도를 높여줍니다. 따라서 작업기억에 부하가 걸리는 일은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힘드니까요.

만일 작업기억에 부하가 걸려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 마치 운동을 신나게 하는 것처럼, 작업기억과제를 신나게 할 수 있다면, 지적 능력을 재미있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겁니다. 즉, 게임을 시간 때우기용으로만 만들지 말고, 작업기억에 부하가 점진적으로 많이 걸리도록 디자인한다면, 게임을 재미있게 하면서, 머리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이 없지는 않습니다. '브레인게임'이라고 상용화한 제품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브레인게임이라고 나온 것들이 모두 작업기억에 충분한 부하를 걸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장난'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말로만 브레인게임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 중 작업기억에 가장 큰 부하는 주는 게 엔백과제입니다. 이 <링크>를 따라가면, 엔백과제를 해 볼 수 있습니다. 한번 해보세요. 힘듭니다. 그만큼 작업기억에 부하가 충분히 걸립니다. 

게임을 통해 뇌를 단련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엔백과제처럼 작업기억에 부하가 심하게 걸리는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프로게이머처럼 게임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로 하는게 아니라, 머리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주장에 반론도 만만찮을 겁니다. 게임을 하는 이유가 머리 식힐려고 하는 것인데, 머리를 집중적으로 쓰라니 말입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게임을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게임 하느니, 운동하는게 여러모로 훨씬 낫습니다. 현재 나와있는 게임은 손가락과 팔목만 혹사시키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