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북한 위협과 창조경제

결과적으로 돌아보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난 50년간 북한과의 대결국면은 대한민국이 급성장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상대가 있고, 그 경쟁상대에게 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온힘을 쥐어짜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그다지 새롭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시했던 설명입니다.

북한과의 경쟁의 특징은 대단히 적대적이란데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적대적 경쟁상황에서 한국사회의 과제는 산업화였습니다. 산업화에 필요한 역량은 일을 야무지고 정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숲을 보는 능력보다는 나무를 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산업화단계에 숲을 보는 능력은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필요합니다. 극소수 엘리트가 방향을 잡아놓으면 나머지는 그 과제를 정확하고 야무지게 처리하면 됩니다.

공포와 위협은 정확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흔히 감정과 인지를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감정은 인지작용입니다. 감정은 주변환경과 나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주고, 그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행동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공포라는 감정이 인지작용으로서 하는 역할은 시야를 좁혀 나무를 보게 하고,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맹수에게 쫓길때 유익한 정보가 무엇이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수 있습니다. 도망갈 길, 숨을 장소를 정확하게 파악해야합니다. 한가하게 숲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아래 도형을 보세요. 이 도형이 하나의 사각형 으로 보이나요, 네개의 삼각형으로 보이나요? 네개의 삼각형으로 봤다면, 정확하게 본것입니다. 그러나 큰 그림은 보지 못한겁니다. 공포심이 들때 아래의 도형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개의 삼각형으로 인지하지, 큰 사각형으로 보지는 못합니다.
공포가 산업경제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긴장을 하게 하고, 일의 정확도를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위협으로 남한은 일정정도 늘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국가적 규모의 긴장은 사회전반에 걸쳐 일을 정확하게 하고 야무지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웃 일본의 산업화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자연재해로 인한 긴장이 늘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 역시 산업경제에서 월등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공포가 모든 정보처리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를 잘 보게 하는 대신 숲을 보는 능력을 상실하게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공적으로 산업화를 마치고 지식사회로 발돋움하려고 합니다. 산업화시대에는 남들이 한 것을 배워오기만 하면 됐지만, 지식경제에서는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창조경제란게 바로 미국같은 선진국에서 만들어 놓은 것 배워 따라하기를 그만하고, 우리 머리로 직접 만들자는 것입니다.

창조해야 하는데, 문제는 공포와 긴장이 있는 상황에서는 창조성이 발휘될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늘 해오던 일을 야무지게 잘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는 서투룹니다. 공포가 시야를 좁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산업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다가, 지식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춤하는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도 있지만, 일본사회의 지리적 특수성도 작용합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상시적인 긴장감과 공포감 때문에 창조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한국사회가 그대로 반복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을 해결하지 못하면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자연재해가 국가적 규모의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한국에서는 북한이 그 역할을 합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권투형이고, 다른 하나는 유도형입니다. 권투형은 그대로 맞받아 치는 방식입니다. 유도형은 상대방의 힘을 그대로 받아 그 힘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맞받아치는 과정에서 남한 사회는 북한의 위협만큼이나 긴장이 고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이 긴장이 도움이 됐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지식시대이고, 창조경제를 건설해야 합니다. 창조에 긴장과 공포는 독입니다. 선택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긴장수위를 높이려 해도 우리가 맞장구 쳐주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창조경제를 하겠다고 한다면 공포를 조성하는 요인을 없애야 하는데, 그게 바로 북한의 위협입니다.

권투에서처럼 상대를 KO로 눕힐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입을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아래 사진은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이 권투 중 코뼈가 부러져, 면봉으로 임시조치하는 장면입니다.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하지만, 상대의 반칙으로 전신마비가 됩니다.

유도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이 링크는 유도기술을 정리한 동영상입니다. 무조건 맞대응하지 않습니다. 민다고 같이 밀고, 당긴다고 함께 끌어당겨서는 안됩니다.  밀면 밀리고, 당기면 끌려갑니다. 그러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기술을 걸어 제압합니다.

지금 우리는 북한과 권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산업경제를 구축하려 한다면야 권투방식이 그리 나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창조경제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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