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자기계발이 어때서

김미경씨가 스타강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그중 하나는 논리정연함입니다. 이른바 “인문학 비하” 발언이 그렇습니다. 한 방청객이 “저는요 자기계발서 같은 걸 안 읽고 인문학 서적 읽어요”라고 말하자 “어디 갖다 쓰려고?”라고 반문하며 “인문학은 지혜를 만들기 위해 읽는 것이고, 그 사람의 지혜가 300페이지 서적으로 쓰이면 그게 자기계발을 해온 거고 그게 자기계발 서적이다. 근데 안 읽는다고? 웃기고 있어. 시건방 떨고…”라고 했다고 합니다.

계발(啓發)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능, 정신 등을) 깨우쳐 열어 줌.”이라고 나옵니다. 인문학 서적을 읽는 이유가 단순히 시간때우기 위함이 아닐겁니다. 그렇다면, 김미경씨 지적대로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 역시 자기계발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과 자기계발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기계발”이란 개념과 “인문학”이란 개념을 별개의 범주로 잡아 놓고, 직관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심리학의 중요한 성과중 하나가 사람의 정신작용을 이중처리(dual process)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중처리란 정보를 처리할 때,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처리하는 통제처리양식과, 비체계적이고 직관적으로 처리하는 자동처리양식 두가지 정보처리 양식을 말합니다.

자동처리양식의 특징은 범주적이고, 연결적 사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할 때, 그 대상 자체를 그대로 이해하려하기 보다 기존의 지식의 틀을 적용합니다. 사람에 대해 출신지역, 성, 인종 등의 범주를 적용해 판단하는게 자동처리양식의 사례입니다. 자동처리양식이 신속하고 정신에너지도 많이 소모하지 않아, 생존에 효과적이지만 부정확한한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인종편견이 대표적인 자동처리의 부작용입니다.

한 주간지의 표지이야기가 “자기계발의 역설”입니다. 기사의 제목은 “‘김미경식 힐링’은 끝났다”이고요. (기사링크). 제목에서 나타나듯 자기계발에 비판적인 내용입니다. “자기계발 담론에서는 모든 문제해결의 중심에 개인을 둔다. 개인간의 연대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기계발서나 자기계발 강연의 공통된 특징이다”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나듯,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비판은 분석수준에 대한 이해의 결핍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물리학자에서 왜 세포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과 사회는 동떨어져 있지 않지만, 그 움직이는 원리는 다릅니다.

결혼에 대해 개인수준에서 접근한다면, 이성의 어떤 요소가 매력적으로 느끼는지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겠지만, 사회수준에서 접근한다면 혼인풍습이나 제도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이성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결혼문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왜 함구하냐고 따지면 어떻겠습니까? 썰렁하지요.

자기계발이 개인의 문제만 다루고 사회구조를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도 같습니다. 사회구조는 자기계발이 아닌 사회계발에서 다뤄야 하는 주제입니다.

물론 자기계발과 사회계발이 동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자기계발이 사회에 비판적 의식을 마비시킨다는 인식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지요. 자기계발이 잘된 사람이 사회계발을 잘하겠습니까, 자기계발이 안된 사람이 사회계발을 잘하겠습니까?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