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내부자, 계획오류

입력 2013-03-15 11:04 수정 2013-10-10 11:10
서로 다른 세개의 뉴스가 묘하게 연결됩니다.

뉴스1: 신대륙에서 처음으로 교황이 선출됐습니다. 아르헨티나인답게 탱고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나라이니까요.

뉴스2: 코스닥 기업 슈프리마 임원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고 어제 공시했습니다. 부사장 등 3인이 13만주를 매도했다고 합니다. 회사 사정을 "잘 알것"으로 여겨지는 내부자의 매도이기 때문에 주목받았습니다.

뉴스3: 용산재개발 좌초위기입니다. 용산개발이 채무불이행상태이니, 이대로 가면 그대로 용산개발은 신기루가 되고 맙니다.

이 서로 다른 뉴스가 무엇으로 연결될까요? 내부자입니다. 내부자이기 때문에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아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 같지만, 오히려 내부자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탱고이야기부터 해보죠. 우리나라에 태권도가 있듯, 아르헨티나에는 탱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탱고가 아르헨티나의 자랑은 아니었습니다. 하층민의 '음탕한' 춤이라고 해서 천시받았습니다. 공공연하게 탱고를 출 수 없었지요. 그러다가 탱고가 유럽에 전해졌습니다. 이 새로운 춤은 유럽 춤꾼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파리의 귀족들이 탱고에 매료됩니다. 유럽을 문화의 중심지로 바라보던 아르헨티나의 귀족들은 그제서야 탱고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탱고는 태생적으로 외부자의 시각에서만 그 가치를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보통 기업내부의 사람들이 외부인보다 그 사정을 잘 압니다. 특히 고위 경영진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렇다고 자신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정통하다고까지 할수만은 없습니다. 내부정보(신제품 개발, 대규모 계약체결)에 접하는 시간은 외부인보다 빨라도, 기업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외부인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슈프리마의 임원들이 13만주를 장내매도한 진짜 이유는 알수 없지만, 내부자의 시각에서 지금의 주가면 고점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 판단 정확성은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오늘 슈프리마는 상승세입니다.

용산개발이 좌절됐다는 소식은 정말 가슴 아픕니다. 법인이야 살건 죽건, 이는 자본주의 스타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가운데 피눈물 흘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책임으로 누구 누구를 지목하지만, 어디 한 두사람의 잘못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용산개발에 많은 사람들이 경보를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산개발의 내부자들은 왜 무모한 의사결정을 했을 까요? 이 역시 내부자의 한계를 들 수 있습니다. 내부자는 일의 진행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계획오류(planning fallacy)라고 합니다. 내부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대규모의 토목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 시드니의 명물인 오페라 하우스는 1957년 기획할 때 7백억원 투자해 7년내(63년) 완공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완공은 이보다 10년이나 더 걸린 1973년에서야 이뤄졌습니다. 비용은 거의 10배나 더 들어간 1천억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캐나다도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필요한 경기장을 기획했지만, 1989년까지 완공하지 못했습니다. 비용은 1천2백억원이 들었습니다. 이 비용은 올림픽 전체 예산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의사결정에 외부자의 시각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라 해서 의사결정이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내부자이기에 보지 못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외부자의 시각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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