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위협지각의 조건: P. A. I. N.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이란게 있습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입니다. 저녁 만찬에 친구를 초대했을 때, 4명중 3명이 정말 좋았다고 하고, 1명만 별로라고 하면, 초대한 사람은 3명의 칭찬보다는 1명의 혹평에 마음이 더 쓰입니다. 연애인들의 악플에 대한 반응도 비슷합니다. 수만명이 ‘사랑해요’라고 댓글을 달아도, 열댓명이 ‘혐오해’라고 하면, 그 열댓명의 악플에 상처를 받습니다.

이는 긍정적인 일과 부정적인 일이 삶에 미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일은 현상을 조금 더 낫게하지만, 부정적인 일은 아무리 사소해도 자칫 삶 자체를 멈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 5가지 중에 ‘신경증’이 있는데, 무엇인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분노, 불안, 근심 등이 신경증의 주된 특징입니다. 정서적 안정의 반대입니다.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과 함께 살면 피곤합니다. 신경증은 장점이라기보다 단점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증이 사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데 중요한 이유는 위험을 피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피곤하게 살지만 오래 건강하게 삽니다.

그런데, 요즘 북한의 위협에 대한 수도권지역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부정편향은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파기한다, 전쟁이다’ 등으로 위협했는데 말입니다. 부정편향의 원리에 따르면, 휴전선 바로 밑에 있는 수도권 지역 사람들은 피난준비는 하지 않더라도 뭔가 긴강하는 기색이 보여야 합니다.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여려 해석이 가능합니다. 우선, 수도권지역에 사는 사람은 부정편향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일 경우입니다. 이 해석은 전혀 가능성이 없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인 이상, 부정편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둘째 해석은 신경증 성향이 매우 낮은 집단입니다. 이 해석 역시 가능하지 않습니다. 몇백명 정도 되는 집단이라면 모를까, 2천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신경증이 집단적으로 매우 낮은 일을 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인들은 신경증 성향이 평균적으로 높았으면 높았지, 결코 낮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서울시내에서 운전해 보면 압니다. 결코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습니다.
 
셋째 해석은 북한의 위협이 위협지각의 요소를 갖추지 않았다입니다. 위협으로 지각하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영어단어 앞글자를 따서 고통(PAIN: P: Personal, A: Abrupt, I: Immoral, N: Now)입니다. P의 Personal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려한다는 판단입니다. A는 그 일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이고요. I는 부도덕하다고 느끼는 것이고, N은 현재 발생하는 문제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은 부도덕성과 현재성에는 부합하지만, 의도성과 갑작스러움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우선, 의도란 면에서 북한의 전쟁위협은 실질적인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여길만 합니다. 이런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우선 전쟁하겠다고 공언하는 자체가 전쟁의사가 없는것입니다. 공격할 것이면, 625때처럼 기습을 하지, 앞에서 대놓고 공격하겠다고 떠들지 않습니다. 또한 북한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항공기의 북한영공 통과를 금지하지도 않고, 개성공단 출입도 봉쇄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갑작스러움이란 면에서도 북한의 위협은 위협으로 받아들여지질 않습니다. 늘 그래왔으니까요.

즉, 위협지각의 4가지 요소에서 2가지가 빠져 있으니 위협으로 지각하지 않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들의 북한위협에 대한 무반응이 합리적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동요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직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관료와 정치인들은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위협으로 지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북한의 위협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북한의 위협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그 위협이 실현됐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서울 강남에 북한발 미사일이 터졌을 때 대처방안이 있습니까? ‘북한지도부까지 초토화한다’처럼 자기만족적인 수사말고, 실질적인 대처방안말입니다. 서울 시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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