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은 TV드라마의 단골주제입니다. 드라마뿐 아니지요. 영화 스타워즈도 출생의 비밀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스베이다가 루크의 팔을 벤 다음, 결정타를 날리지 않고 대신 "내가 네 애비다(I am your father")라고 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지요. (유툽에 있는 다국어판 링크). 스타워즈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출생의 비밀'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친" 자식이라는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의문이 들만도 합니다. 이런 의문은 도대체 왜 물릴 법도 한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나 영화에 지겹도록 나오는 것인지로 이어집니다.

출생의 비밀에 결코 물리지 않는 이유는 "인간이 왜 사는가"란 질문과 관련돼 있습니다.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답은 삶 그 자체에 있습니다. 우리는 살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사는 과정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의미없이 하루 하루 어쩔수 살기도 합니다. 삶에 의미가 있건 없건 공통점은 "산다"에 있습니다. 우리 말에 인간을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주 적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제가 한국사람이라서 갖는 편견이 아닙니다.)

그런데, 삶이라는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엇이 "삶"인지 모호해집니다. 상식적으로는 개체의 목숨이 붙어있는 것을 삶이라고 합니다.그런데, 이는 삶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한 개인의 몸은 사라졌어도 우리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수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삼일절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분들은, 한 개인의 몸은 사라졌어도, 그분들의 이름과 정신은 오늘 이곳에 살아남아,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 개인에게 생명은 소중한데, 왜 순국열사들은 목숨을 바친 것일까요? 삶을 한 개체의 목숨으로 볼 때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는 "자아의 확장"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한 개체에 국한된게 아니라, 대체로 나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존재로 확장됩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 확장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직접적인 혈연의 범위 너머까지 자아를 확장하니까요. 바로 이런 능력이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고등한 존재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순국선열은 자아의 범위를 최소한 민족까지 확대하셨던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했다면, 그 범위를 인류로까지 자아를 확장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대단히 고등한 두뇌를 갖고 계셨던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팔아 먹었던 친일파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이 사람들에게 자아의 범위는 한 개인, 기껏해야 그 가족에 국한됩니다. 자아의 범위를 혈연수준으로 확장하는 능력은 굳이 인간이 아니어도 됩니다. 원숭이나 개도 합니다. 즉,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의 두뇌는 원숭이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TV드라마의 출생의 비밀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삶에는 개체의 목숨 뿐 아니라, 그 개체의 자아가 확장된 집단 혹은 사회의 "목숨"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고리는 유전자입니다. "친" 자식은 그 누구보다 유전자를 많이 공유한 존재이고, 자아확장의 1차대상입니다. 원숭이도 할 정도이니까요. 그만큼 누구에게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순국선열이 되지 못하듯, 대다수의 사람들은 유전적 일치도가 떨어지면, 그 대상을 자아로 확대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친자식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겠지요.

결국 TV드라마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에 결코 질리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 우리는 원숭이 수준의 본능을 자극하는 오락물에 빠져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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