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과학보도와 분수이론

지난 18일 MBC가 “알통 굵기 정치신념 좌우”라고 보도해,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연구결과를 전한 것인데, 한국과학보도의 한심한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과학보도의 문제는 첫째, 영어권 언론을 여과없이 전하는 관행입니다. 이 때문에, 영어권 언론이 범하는 오류가  그대로 전달됩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막 출간된(just published) 논문이라고 소개했지만, 막상 심리과학 사이트에서 해당 논문은 찾아 볼수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뭘 잘못알고 썼다는 것이지요. 심리과학에 게재됐다는 문제의 논문은 사실 심리과학에 실리지는 않았고, 현재 작업중인 논문(Working paper)입니다. 작업중인 논문만 모아놓은 SSRN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외신을 전하면서 이런 것까지 다 확인해야 할까 싶지만, 그렇습니다. 그게 언론보도의 기본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도 원 논문을 읽어볼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국언론은 과학보도를 하면서 전문가의 자문을 제대로 묻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MBC도 진화심리와 정치심리에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어느쪽 전문가의 자문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자금이 빠듯한 군소 매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방송계의 대표적인 주자라 할 수 있는 MBC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단히 오만했거나, 게을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량심리를 전공한 한 개인블로거가 MBC보다 훨씬 정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했습니다. 베이즈라는 블로거는 연구논문의 피상적인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도출하는 이론도 함께 전했습니다.

알통의 굵기가 정치신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데 뒷받침이 되는 이론이 비대칭적 전쟁 소모(AWA: Asymmetric war of attrition)입니다. 간단히 말해, 분수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집단은 분수에 맞는 자원을 확보할 때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한자가 분수에 맞지 않게 자원을 많이 갖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강한자에게 빼앗기겠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강한자가 자원을 적게 갖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갖고 있는 경쟁자에게 밀릴겁니다. 따라서, 본인의 능력에 걸맞는 수준의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자손도 번성했겠지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후손이니, 분수를 지키려는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BC가 보도한것처럼 근력이 보수 혹은 진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근력가 강한 자는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유리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겁니다. 재산이 많으면서 근력이 강한 사람은 세금을 덜 내는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고,  재산이 없으면서 근력이 강한 사람은 세금을 더 내는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근력이 약한 사람은 정치적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겠지요. 즉 MBC가 보도한 것처럼 연봉이 높은데 근력이 약한 사람이 진보적 주장을 한 것은 이론과 불일치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호한 주장을 했어야지요. 이론이 맞다면.

논문의 저자는 분수이론을 태고적 인간심리의 유산을 21세기 인간에게 적용했지만, 보다 현대적인 요소를 갖고 정치성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근력보다는 지적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근력보다는 지능이 더 정치성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데 지능이 높으면 진보적 성향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데 지능이 높으면 보수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역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데 진보적 성향을 보이거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데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지능이 낮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을 전부 그렇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5.5 대 4.5 정도만 돼도 평균적인 경향이 나오니까요. 100명 중 55명이 그럴 수 있다는 말을, “100명 전부 다”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정말로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능과 정치성향의 관계는 분수이론과 맞지 않는 연구가 있습니다. 지능과 진보적 성향이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즉,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대체로 진보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변화의 위험을 감내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지능이 높은데 보수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하지 말기 바랍니다. 정말로 머리 나쁜 사람 취급받습니다. 평균적인 경향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추가로 분수이론에 따르면,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당첨사실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합니다. 복권을 통해 얻는 자원의 규모는 본인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분수에 맞지 않는 재산이 생긴 것이지요. 분수이론에 따르면, 분에 넘치는 자원은 본인의 안녕에 해가 될수 있습니다. 복권당첨 반드시 비밀로 하세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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