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전문가가 눈멀때

MBC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사진을 횡령범 보도에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천억원대 교비 횡령사건을 보도하면서 횡령범 3명을 나타내는 사진을 보여주고 그중 한명의 사진으로 문재인 의원의 사진을 이용한겁니다.
문제의 사진은 검정으로 실루엣처리했지만, 누구나 쉽게 알아 볼 수 있기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MBC는 CG담당 여직원이 평소 갖고 있던 사진을 이용해 만든 것이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보도되기까지 데스크를 포함 언론보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 여러 명 거쳤을텐데, 어떻게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수 있는 실수가 걸러지지 않았냐는 것이지요.

MBC가 문재인 의원에게 악의를 품고, 일부러 문재인 의원의 사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타당한 설명은 인간의 주의력이란게 생각보다 아주 제한적이란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지요.

폐의 단면을 찍은 CT사진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게 없는지요? 아마도 대부분 쉽게 찾아내실 겁니다. 오른쪽 위에 뭔가 있습니다. 네. 고릴라입니다. 포토샵으로 합성해 놓은 사진입니다. CT사진에 있는 고릴라는 누구나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오류이지만, 이 오류를 잘 잡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CT사진 판독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입니다.

전문가들은 CT사진을 보면서 무엇인가 그들의 전문적 식견하에 찾고자 하는 것(일반인들은 결코 뭐가 뭔지 모르는 암덩어리)을 찾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명백하게 보이는 고릴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사진은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 예정인”안 보이는 고릴라가 또 한번 먹이다:  전문적 관찰자의 지속적인 부주의맹(The invisible gorilla strikes again: Sustained inattentional blindness in expert observer)”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사용한 자료입니다. 실험에 참가한 영상의학 전문의 24명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릴라 사진이 전문의들이 찾아내야 하는 암의 징후인 흰색덩어리보다 4배나 큰데 말입니다. 흰색덩어리에 주의를 쏟다보니 명백한 이상은 보지 못한 것이지요.

이 연구는 MBC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언론보도의 전문가들은 그들의 전문적 식견을 발휘해, 문장 구성은 제대로 됐는지, 핵심적인 내용이 논리적으로 들어갔는지, 주어와 술어를 일치하게 구성했는지 등을 보았을 겁니다. 그리고, 영상과 말이 잘 맞아 떨어지는도 점검했을 것이고요. 이런 것에 주의를 기울이다 범인으로 사용된 사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을수 있습니다. 반면, 여타 세세한 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쉽게 들어왔던 것이고요.

변호사, 의사, 언론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는 각각 고유의 전문성이 있지만, 오히려 그 전문성 때문에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바로 전문가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걸러내야 할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대단히 중요한데,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신망때문에, 이들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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