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1996년 7월 21일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데이먼 티보도(사진)는 14세 소녀의 강간살인혐의로 경찰서에서 취조받고 있었습니다. 9시간의 취조 끝에 티보도는 강간살인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티보도는 그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경찰의 위협에 따른 공포와 사촌의 죽음에 따른 슬픔이 겹쳐, 취조관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티보도는 사형판결을 받고 15년을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지냈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사내용 일부입니다. 티보도가 뉴스지면에 오른 이유는 15년만에 무죄로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DNA분석을 해보니, 티보도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억울한 사람은 티보도 뿐이 아닙니다. 억울한 판결임이 드러난 사례로는 티보도가 무려 3백번째입니다. 사형수로서는 18번째입니다. 과학기술과 민주주의가 꽤 발달돼 있다는 미국에서 말입니다.

티보도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형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주요 일간지에 게재됐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인 김지원 변호사는 “사형은 필요한 형벌이다”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사형제 폐지론의 핵심논리 중 하나인 오심가능성을 반박하며 “오늘날 발달한 과학수사와 정착된 민주주의, 3심제도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우려하는 오판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티보도의 사례 하나만으로 김지원 변호사의 주장을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티보도는 오심으로 밝혀진 18번째 사형수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민주주의제도가 정착돼 있다는 미국에서 말입니다.

사형제 폐지 필요성은 피고인의 인권보호에 있는게 아닙니다. 선량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 방지에 있습니다. 인간은 한 개인으로서나, 집단으로서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60명의 사형수가 정말로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요? 과연 한국의 과학기술과 민주주의가 미국보다 월등해서 미국사회가 저지른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사법부는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전력이 있습니다.

사형제는 과연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가능성을 감내하면서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형제는 비용도 많이 드는데 말입니다.

사형제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올린 글도 있습니다: “사형제 논의에서 빠진 내용”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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