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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과 고가 패딩의 닮은 점

두 뉴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성공한듯하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수백만원짜리 패딩이 품절사태라는 뉴스입니다. 이 두 소식은 전혀 다른 듯 합니다. 하나는 정치면, 다른 하나는 경제면 소식입니다. 하나는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화제거리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장거리로켓발사와 남한의 고가패딩 품절 사태는 사회적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낭비를 통한 존재감의 과시입니다.

동물들의 생존방식은 다양한데, 그중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모여사는 것입니다. 집단을 이루면, 개체의 힘의 단순 합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복잡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구성은 생존의 문제는 해결해 주지만, 구성원들은 또 다른 종류의 생존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집단 내의 경쟁입니다. 집단 구성원들은 서로 경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폭력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공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폭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둡니다. 대신 역량을 과시합니다. 과시하는 역량이 속임수 일수 있기 때문에, 역량을 과시할 때는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신호를 보여줘야 합니다.

진화생물학을 소비맥락에 적용한 제프리 밀러는 인간사회에서 역량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크게 낭비, 정밀성, 명성 등 3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자원의 낭비는 최소한 그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갖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송사리같은 물고기도 낭비전략을 사용해 역량을 과시합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허머처럼 비싸고, 연비도 나쁘고, 잘 고장나는 차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돈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사례가 됩니다. 돈자랑하는데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수입차 업체가 유지비를 터무니없이 고가로 책정해 놓은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낭비할 수 있는 사람만 타고 다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낭비는 동물수준의 과시전략입니다. 고등동물인 인간은 과시전략도 “고등”합니다. 정밀성이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허머같은 차량이 잠깐 인기를 끌었다 사라진 것은 바로 고등동물인 인간의 과시전략인 정밀성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연비가 떨어지고, 고장이 잘 난다는 것은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런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두뇌가 없다는 신호가 될수 있습니다. 돈만 많았기 머리가 텅비었다는 신호를 좋아할 인간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없지는 않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은 더욱 고등한 과시전략으로서 명성을 이용합니다. 이타적인 행동은 두뇌의 우수성을 과시하는데 다른 어느 방식보다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고가의 패딩은 과시용 상품입니다. 가격을 높게 설정해 아무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일종의 과시적 낭비에 호소하는 전략입니다. 40만원짜리 패딩이 하도 안팔려서, 오기로 가격표에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바로 팔려나갔다는 일화는 한국사회에서 과시적 낭비가 통한다는 씁슬한 일화입니다. 사치품이라는 뜻의 luxury를 굳이 ‘명품’이라고 오역을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가 브랜드는 어느 정도의 정밀성은 갖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명품’이라고 불리울만큼 품질이 우수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이 진정 명품이라면, 영어권 사람들이 애초에 masterpiece라고 했겠지, 사치품이란 뜻의 luxury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을것입니다. luxury를 명품으로 여긴다는 것은 아직 한국사회의 역량 과시전략이 낭비에서 정밀성이나 명성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로켓발사 역시 낭비를 통한 과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려면 5천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북한경제 수준에서 5천억원이나 들여 과학적인 탐사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낭비를 통한 과시라고 본다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5천억원 정도는 낭비할 수 있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시적 낭비는 솔직한 신호입니다. 실체적인 역량이 없을 경우, 도태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역량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체제붕괴로 이어질 것입니다. 장거리 로켓개발 및 발사라는 낭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붕괴하고 있는 것인지, 단지 보이지 않는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가지 비유를 해보지요.
행색은 초라하고 여기저기 문신도 했습니다. 그런데, 허머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상점 주인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행색을 보고 홀대해도 괜찮을까요, 아니면 허머를 보고 환대해야 할까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 소식에 접하는 국제사회가 바로 이런 심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고민이 가장 클 듯합니다. 빈민인줄 알았는데, 떡허니 허머를 타고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라는 상품을 사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현찰을 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용카드도 없습니다. 개인수표 끊겠다고 합니다. 허머를 보고 믿어야 할까요, 행색을 보고 거절해야 할까요?

북한이 역량의 과시전략을 낭비형 과시에서 명성으로 바꾸면, 일이 훨씬 잘 풀릴텐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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