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사회판단심리와 통일비용 보도

이 세상에 완전한 객관성이란 가능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면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성이면서 동시에 여성일 수 없고, 남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북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이 세상 그 자체와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해 가늠할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사회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직접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경험도 왜곡되게 기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취득한 정보의 왜곡 가능성은 더 큽니다. 강조와 삭제의 원리 때문입니다. 전달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강조하고, 그 이외의 부분은 삭제하며 전달합니다.

또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그 자체에서도 정보의 의미가 달리 비춰질 수 있습니다. 틀짓기(framing)이란 현상 때문입니다. 70% 생존률의 수술기법과 30% 사망률의 수술기법은 같은 내용이지만, 후자는 단지 부정적으로 틀짓기 했기에 채택될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언론에서 제공하는 뉴스에 완전한 객관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지면 혹은 방송시간의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언론은 특정한 측면을 부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전달할 내용을 정하고, 그 내용에 대한 틀짓기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은 보도내용이 실체를 왜곡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보도 내용의 선택입니다. 보도할 수 있는 사안이 3개 있는데, 그 중 하나만을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한다면, 가장 대표적인 내용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연합뉴스가 경제면 헤드라인으로 지난 1일 보도한 “통일 땐 기초수급자 최대 2천만명…정부지출 10배 ↑”란 제목의 보도는 언론의 실패사례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조달’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통일한 다음 남한의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북한에 적용할 경우 북한인구 대부분이 기초생활 지원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정부지출이 10배 가량 늘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언뜻 보고서를 충실하게 전달한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맥락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내용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져서 보고서 제목인 ‘북한경제리뷰: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조달’ 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연합뉴스를 전달한 다른 언론사의 동일한 기사와 함께 KDI의 보고서 전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검색 화면입니다.

KDI북한경제리뷰 11월호는 통일과 한국경제를 다룬 특집호입니다. 2012년 10월 ‘통일과 한국경제’란 제하의 국제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한글로 번역한 보고서 3편이 실려 있습니다. 고일동 선임 연구위원의 “통일의 비용과 편익: 주요 쟁점과 잠재적 대응방안” 고영선 연구원의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 조달” 이석 연구위원의 “과연 무엇이 통일비용이고 통일편익인가?” 등 3편입니다.

즉, 문제의 연합뉴스는 ‘북한경제리뷰: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조달’을 보도하면서, 3편을 모두 소개하지 않고, 고영석 연구원의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 조달”만 선택적으로 전달했던 것입니다.

고일동 선임연구위원의 “통일의 비용과 편익: 주요 쟁점과 잠재적 대응방안”을 보면 무엇이 비용이고 무엇이 편익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통일비용은 통일과정에 대한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하고 있다’며 지적했습니다. 이주 및 인구형태 변화, 화폐 및 금융통합, 사유화 및 산업구조조정, 거시안정성과 노동생산성 격차 등의 주요 쟁정별이 논의되는 내용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영선 연구원의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 조달”은 독일처럼 구 서독의 사회보장제도를 구 동독 지역에 적용했을 때의 재정지출규모를 추정한 보고서입니다. 이런 분석은 KDI로서 해봐야 할 연구입니다. 하지만, KDI북한경제 리뷰 특집호를 대표하는 보고서는 아닙니다.

실제로 이석 연구위원은 “과연 무엇이 통일비용이고 통일편익인가?”에서 “(한국의 복지제도를 북한에 적용했을 때의 발생할) 가상적인 추정이 실질적인 통일비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통일한다면 막대한 추정비용이 들지만, 상당한 시간을 두고 북한경제가 발전해서 남북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통일이 이뤄지면 비용이 상당히 줄거나, 심지어 비용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돼 통일이 이뤄질 수 있고, 북한이 개방정책으로 선진화가 이뤄진 다음에 통일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 혹은 편익만 강조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사회판단에 작용하는 왜곡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곡을 줄이려는 노력 자체를 기울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고서를 소개한다면, 그 보고서를 찾아 한번 읽어보는 수고 정도는 해봐야지요. 간단하게 검색해구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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