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논의에서 빠진 내용

입력 2012-10-10 12:46 수정 2012-10-10 12:55
사형제도는 논란이 많은 제도입니다. 아무리 공권력이라도 사람의 목숨을 뺏는행위는 비인간적이라는 주장과, 범죄억제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코즐로프스키 주한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의 시론 "사형제로는 우리 아이 못 지킨다"는 사형제의 비인간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한 글입니다.

코즐로프스키 대사는 사형제가 강력범죄를 근절하는 수단이 될수없는 이유로 강력범죄자들의 심리를 제시합니다. 살인자의 상당수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에 충동적인 상태라는 것이지요.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형제는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가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심리학의 핵심 이론인 이중처리이론에 따르면, 코즐로프스키 대사의 지적은 적절합니다. 이중처리이론은 인간의 사고작용을 자동작용과 통제작용으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고에서 의식에 의한 통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의 행동과 사고는 자동적으로 이뤄집니다. 심지어 선거처럼 의식의 통제에 따른 행동이라 여기는 것도 실은 의식의 역할이 생각보다 아주 미미미합니다. 미국상원의원 선거전에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사진을 0.1초만 보여준다음에 측정한 후보선호도를 통해 선거결과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한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사회가 사형제의 효과를 가늠하는 좋은 사례가 될수있습니다. 사형제를 채택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이 한 나라에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보면 사형제를 채택하는 지역의 범죄율이 더 높은 편입니다. 사형제가 범죄억제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근거가 될수있습니다.

물론 이런 해석에 대한 반론도 가능합니다. 상관관계이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을수도 있고, 제3변수에 따른 허위관계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력범죄가 많이 발행하기에, 사형제를 채택했을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경우라면, 사형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 해도 사형제가 효과적이라고는 할수없습니다. 만일 사형제가 범죄예방에 효과적이라면, 강력범죄가 많아 사형제를 채택한 지역의 범죄율이 줄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범죄예방의 실효성과 비용을 놓고 보면, 사형제는 비효율적인 제도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효율만을 따지는 존재는 아닙니다.

사형제 찬성론은 논리적으로 범죄예방을 들지만, 실제로는 응보의 심리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으니, 그에 상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죽음이고요. 비록 그 벌이 범죄예방의 효과는 미미하고 비용도 많이들어도 사회구성원의 맺힌 응어리를 풀어줄수는 있습니다. 사실 법집행의 중요한 요소중 하나 응보입니다.

따라서 사형제 논의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최소화하는것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나쁜 짓을 한 행위에 대해 응분의 댓가를 치루도록 하는것이 더 중요한가의 선택입니다.

물론 후자라도 정치범은 사형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을 가졌다는 것이 죽어야할 죄는 아니니까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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