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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착한 남자? 차칸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KBS의 인기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원래 ‘~차칸남자’였습니다. 뇌손상을 입은 여주인공과 남자주인공과의 관계를 잘표현하기위해 일부러 ‘차칸남자’라고 표기했다고합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글파괴라는 비판이 일자, KBS가 이를 수용해 ‘착한남자’라고 바꾸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일보의 이흥우선임기자는 창작의 자유는 질서유지를 위해 일정정도 제약돼야한다며, KBS의 조치를 반겼습니다. 신체의 자유도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부분 제약을 받는것과 같은원리라고 했습니다.

KBS는 ‘차칸남자’를 고수했어야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한글맞춤법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국가의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혹은 공공복리를 해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칠것이면, ‘착한  V 남자’라고 제대로 띄어써야했고, 한글단체도 그렇게 요구했어야합니다. ‘착한’과 ‘남자’는 별개의 품사로 이뤄진 두개의 단어입니다. 한글띄어쓰기 규정의 대원칙이 모든 단어는 띄어쓰도록 하기때문입니다.

작가는 분명히 띄어쓰기규정을 잘알고 있었을것이고, 한글단체도 띄어쓰기 규정을 잘알고있었을텐데, 왜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서로 무시했을까요? 그건 아마도 ‘착한남자’가 일반적인 의미의 ‘착한’ ‘남자’가 아니라 여주인공에게 의미있는 바로 그 남자, ‘차칸남자’를 지칭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착한남자’보다는 ‘차칸남자’가 보다 더 고유한 표현으로 적절합니다.

드라마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려면 ‘차칸남자’라고 표기하는게 훨씬 더 적절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차칸 V 남자’라고 쓴것을 ‘착한 V 남자’로 제대로 표기하라고 요구한게 아니었습니다.

국어띄어쓰기와 관련 참고할만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학술지 어문연구 2011년 39권 3호에 게재된 “국어 띄어쓰기 규정의 검토와 개선안 연구”란 제목의 논문입니다. 저자는 현행 품사중심의 띄어쓰기 규정이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어적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지요.

“쓸데없다”가 맞을까요, “쓸 데 없다”가 맞을까요? 논문저자는 의미가 드러나는 대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쓸데없이 아무 일에나 참견한다’는 것처럼, ‘쓸데없이’가 ‘값어치가 없다’의 의미를 표현한다면 붙여씁니다. 반면, ‘돈은 많은데, 쓸 데 없다’처럼 ‘쓸 용도가 마땅찮다’는 뜻이라면 ‘쓸’ ‘데’ ”없다’를 별개의 단어로 취급해 모두 띄어 쓴다는것이지요.

한글은 원래 띄어쓰지 않았습니다. 모아쓰는 글이기 때문에 굳이 띄어쓰지 않아도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수 있기때문입니다. (예: “굳이띄어쓰지않아도의미를충분히전달할수있습니다”).

19세기말 한국사회가 영어권문명에 ‘개화’하면서, 영어식띄어쓰기도 한글에 도입했습니다. 띄어쓰기가 의미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모든 단어는 품사별로 띄어쓴다”는 영어식 원리까지 함께 도입했다는겁니다. 영어는 풀어써야하기 때문에 띄어쓰지 않으면 의미전달이 불가능합니다. (예: “Itisimpossibletounderstand”).

문제는 한국어와 영어의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른점이 많다는데 있습니다. “모든 단어는 품사별로 띄어쓴다”는 원칙은 예외규정을 너무 많이 둘수밖에 없어졌고, 결국 한글띄어쓰기규정은 누더기처럼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띄어쓰기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한글학회도 ‘착한남자’의 띄어쓰기 오류는 지나쳐버렸습니다.

대안은요? “붙여쓰기를 원칙으로 하되, 의미전달의 혼란을 피하고, 효율을 높일수 있는 경우에 한해 띄어쓴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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