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예술, 남이 하면 도둑질"

입력 2012-08-26 11:11 수정 2012-08-26 11:14
스티브 잡스는 위인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잡스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1994년에 잡스가 애플의 맥킨토시에 대한 인터뷰 중에 피카소를 인용하며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실력있는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우리는 늘 위대한 생각을 훔쳐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We have been always shameless to steal great ideas)" 유툽에 인터뷰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애플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에서 채택한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뿌리가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 성과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두고, 과거의 성과에서 이루어낸 새로운 창조냐, 아니면 남의 생각을 훔친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애플이 채택한 GUI의 요소를 하나를 분해하면 훔쳐온 것들이 있지만, 전체로 보면 창작품입니다. 애플은 이를 복사해, 변형하고,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이를 리믹스라고 합니다. (TED에 리믹스를 멋지게 설명한 강연이 있습니다. 이를 소개하는 글도 이곳에 올렸습니다.)

구글은 애플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인 iOS를 본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잡스는 대단히 화가 난 듯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장물이기에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안드로이드를 파괴하고야 말겠다고 말했을 정도이니까요. 애플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잡스의 유산일지도 모릅니다.

잡스가 위선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오는 것에 이중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본인은 베끼더라도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5년 정도의 땀을 쏟았는데, 안드로이드나 그 제조업체가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3개월만에 뚝딱 베끼기만 한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통째로 베껴먹는 행태는 분명하게 금지돼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품의 요소 하나 하나까지 모두 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어느 누구나 멀리 보기 위해서는 거인의 어깨가  필요합니다.

진보는 소인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섬으로서 가능합니다. 애플 역시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선 소인이었습니다. 이제 거인이 됐다면 그 어깨 역시 다른 소인에게 기꺼이 내줄 수 있어야지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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