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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섹스에는 특별함이 있다

섹스는 개인의 생존이란 관점에서 보면 아무런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종의 생존이란 관점에서 유용합니다. 인간의 섹스는 다른 동물의 섹스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깊은 관계의 형성입니다.

그러면 왜 인간의 섹스에는 종의 생존(즉 재생산)이란 기능에 추가로 깊은 관계 형성을 촉진하는 기능을 갖게 됐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인간이 왜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됐는지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사람이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게 된 기원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사회뇌가설입니다. 인류의 조상은 집단을 이뤄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억세고 날카로운 이빨이 없어도, 강인한 다리가 없어도 거친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새로운 적응과제가 생겼는데, 바로 다른 사회구성원과의 관계입니다. 속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주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지금도 인류가 가장 어려워 하는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집단이 선진국이 되고, 일류기업을 만드는 것이고요, 잘 해결하지 못하는 집단은 서로 싸우고 죽이다, 자멸하거나, 정복당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인간은 커다란 뇌가 필요했습니다. 불과 3-4백만년 사이에서 뇌의 용량을 500cc에서 1500cc로 늘렸습니다. 그런데 뇌가 너무 크면 출산이 어려워집니다. (인간의 출산과정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인간의 뇌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뇌의 주된 성장은 출산 이후에 이뤄집니다. 인간은 출생 후 뇌가 어느 정도 성숙할 때까지는 부모의 양육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뇌는 25세까지 성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이 필요한 양육의 기간은 꽤나 깁니다.

양육은 형극의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고통스러운 양육은 최소한 아이가 스스로 먹고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이어져야 합니다. 바람직하기는 아이의 아이가 스스로 먹고 살아 갈때 까지 이어지고요.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제는 그 자체로 즐거움이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가 필요합니다. 이 애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사랑의 홀몬이라고 알려진 옥시토신입니다.

애착관계는 아이와 부모사이에만 필요한게 아니라, 부부사이에도 필요합니다. 부부 사이에 애착이 없으면 양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도 사랑의 홀몬이라는 옥시토신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섹스에는 옥시토신이 있습니다. 이 역시 실증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1987년 임상 내분비와 신진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64권 1호에 실린 “혈장 옥시토신은 인간의 성적 반응에 증가한다(Plasma oxytocin increases in the human sexual response)”는 제목의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올가즘을 느끼도록 한다음, 혈액을 채취해 옥시토신의 양을 측정했습니다. 혈핵은 정맥주사를 통해 연속적으로 채취했습니다. 남녀 모두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섹스가 깊은 관계로 이어지도록 하는 메카니즘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인간의 섹스는 한차례의 즐거움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지도록 돼 있습니다. 수십차례 만나야 들 정이 섹스 한번으로 정들 수도 있습니다. 정들이 말아야 할 사람과 정이 들었을 때 문제가 많이 생기겠지요. 부부사이에는 섹스가 많을수록 좋지만, 그 이외 관계의 섹스에 부작용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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