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추론하는 능력은 왜 있을까요?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면, 틀리셨습니다. 논쟁에게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추론의 전문가들이 일전을 벌이는 법정에서 아주 잘 나타납니다. 변호사에게는 진리를 밝히는게 목적이 아니라, 의뢰인이 이기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현상은 법정에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 현상이 뉴욕타임즈의 기고문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보수성향이 강한 미국기업연구(AEI)의 아서브룩스 회장이 지난  7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보다 행복할까(Why conservatives are happiner than liberals)"란 제목의 글입니다. 이 기고문은 국내언론에 의해서도 소개됐습니다.

브룩스는 먼저 보수주의자가 대체로 진보주의자보다 행복한 편이라는 2006년 퓨리서치 조사결과를 소개하면서, 나름대로 그 이유를 몇가지 제시했습니다. 첫째로 든게 결혼이고, 둘째로 든게 종교입니다. 세째로 든게 문제의 원인찾는 성향입니다. 보수적일수록 결혼을 많이하고, 종교를 갖고, 문제의 원인을 사회가 아닌 개인에서 찾는다고 합니다.

브룩스가 나름대로 열심히 분석은 했지만, 현상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브룩스가 인용한 논문 중 2008년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19권 6호에 실린"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보다 행복할까(Why are conservatives happier than liberals?)"란 제목의 논문이 있는데, 이 논문을 보면, 결혼이나 종교 등과 같은 요인은 부차적이고, 본질적인 요인은 합리화하는 성향(System justification)의 차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논문에서 제시한 그림입니다.  


가로축이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이고, 세로축이 행복지수입니다. 점선은 진보주의자, 실선은 보수주의자를 나타냅니다. 이 그림에서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행복한데, 그 차이가 소득불균형이 커질수록 더 심해집니다.

왼쪽의 지니계수가 0.4일때는 진보와 보수의 행복감에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소득불균형이 심해지면 진보/보수 모두 행복감이 떨어지는데 보수는 그 정도가 진보에 비해 덜합니다. 달리 말해, 사회의 불공평이 심해지면 보수가 진보보다 덜 불행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보수주의자는 절대적 수준에서 행복한 아니라, 진보주의자보다 상대적인 수준에서만 행복할 뿐입니다. 사회가 불공평해지면 보수와 진보 모두 불행해지는데, 그 불행을 느끼는 정도가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보다 민감할 뿐이지요.

보수가 진보보다 더 행복한게 아니라, 덜 불행하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보수가 진보보다 행복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불공평하다는 지표가 될 수 있겠지요. 

브룩스가 나름 본인 스스로 분석하면서도 학술지를 인용했으면서, 본인의 목표를 위해 내용을 슬쩍 틀었습니다.

브룩스 기고문의 목표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브룩스는 글을 시작하면서 보수주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권위적이고, 독단적이고, 관용이 부족하고, 손실에 민감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복잡한 사고를 싫어함)를 소개하면서, "그렇다면 진보주의자가 행복할것 같지?(Obviously, liberals must be happier, right?)"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신문의 중도적인 진보주의자들은 아마도 울적해질 거야(which some of moderately liberal readers of this newspaper might find quite depressing)"라고 글을 맺습니다.

이 글의 분위기를 조금 과장하면 "너네 진보가 잘났다고 보수 무시하는데, 너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해, 약오르지, 메롱" 정도되겠습니다. 이를 위해 본인이 인용한 논문의 핵심을 슬쩍 빼먹었고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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