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게임과몰입, 약물중독과 유사"와 관련 논문 저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포브스에 보도된 내용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아 논문저자에게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포브스의 기사를 보면 마치 해당 연구가 게임중독과 다른 약물중독을 비교했더니, 게임중독은 약물중독과 다르다는 점을 밝힌 것처럼 돼 있습니다. 어제 소개했듯, 논문은 반대로 게임중독이 약물중독과 유사한 인지-동기적 반응을 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자에게 이메일로 관련 내용에 문의했습니다. 아래는 논문 저자의 답신의 일부입니다.

The Forbes article is indeed not completely accurate. The task we used was a dot-probe task which has often been used in addiction research. Usually addicts are indeed slower to response to the probe behind the neutral picture relative to the addiction related picture, whereas addicts are faster than healthy controls to respond to the probe behind the addiction related picture relative to responding to neutral pictures. Hence, addicts are faster to find probes behind addiction related pictures than controls, but much slower when it concerns neutral pictures.

논문저자는 포브스 기사가 완벽하게 정확하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연구의 요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1) 중독된 사람들은 중독된 물질 다음에 나오는 그림에 비해, 중립적인 물질 다음에 나타나는 그림에 대해 느리게 반응한다. (중독된 물질에만 신경이 가 있을테니 놀란만한게 아니죠.)
(2) 중독된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중독된 물질 다음에 제시된 그림에 더 빨리 반응한다.

즉,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이 느리게 반응하는 사진은 중립적인 사진 다음에 제시된 그림에 대해서입니다. 포브스는 마치 중독된 물질 다음에 나오는 그림에 대해서 약물중독자들이 느리게 반응하는 것처럼 이해하도록 기술했습니다.

포브스의 부주의는 연합통신 번역기사의 오보로 이어졌고요. 게임과몰입은 약물중독과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한 연구를 소개하면서, 정반대로 게임과몰입이 약물중독과 전혀 다른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외신을 번역해 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 현지인에게만 가능할 때입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산업시대에는 이런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통신기술이 많이 발달한 지식정보사회입니다. 실제로 연구자는 네덜란드에 살면서 네덜란드어를 쓰는 사람이고, 포브스 기자는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쓰는 사람입니다. 한국의 매체에 비해 취재조건이 나을 게 없습니다 (교통어인 영어를 조금 더 유창하게 한다는 점 정도가 유리하겠네요.)

연합통신의 오보는 한국언론이 미국언론에 비해 물질적 조건이 불리하기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가짐이 문제입니다. 정보를 직접 생산해내지 않고, 영어권 매체를 그저 옮기기만 하려는 마음가짐입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로는 이미 세계적입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이 지식정보사회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활용하는 기술이 스스로 생산해낸 지식이 아니라 남에게 배워온 것을 응용한 수준의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행이 국제소식을 전할 때, 그저 외신을 베끼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수 있기 위해서는 지식을 학습하는 존재를 넘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존재로 변신해야 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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