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1마리의 의미

입력 2012-04-28 20:01 수정 2012-04-28 23:26
전수조사는 잘 하지 않는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사는 표본을 뽑아 조사한 결과로 전체를 추론한다. 표집만 적절하면 표본을 통한 조사는 꽤 정확하다.

하지만 표본을 통한 조사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표집오차라는게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표본의 40%가 양성이라고 해서 모집단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표준오차가 1%라면 1%를 더하고 빼서 모집단에는 39-41%가 양성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물론 표본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표준오차는 줄어든다. 표본의 크기가 4만개면 표준오차는  0.05-0.25%정도 된다. 즉, 표본의 결과와 모집단의 결과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1마리 발견됐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전수조사를 통해 1마리가 발견된게 아니라 표본조사를 통해 1마리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표본의 크기는 4만마리다. 모집단의 크기는 한해 도축되는 소의 수인 3천4백만마리다. 확률의 원칙을 적용하면 미국에는 광우병 걸린 소가 도축될 확률을 4만분의 1이다. 3천4백만마리의 4만분의 1이니까 850마리가 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850마리 정도 도축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즉, 문제의 광우병 소가 식품으로 가공되지 않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아주 운이 좋아 딱 한마리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었는데, 마침 그 소를 찾아냈을 가능성도 있다. 수천만분의 1의 확률인 로또에도 당첨되는 세상이니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훨씬 큰 가능성은 850마리의 광우병 걸린 소가 있었는데, 그 중 한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저리 태평일까? 광우병 걸린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소의 수는 1마리가 아니라 850마리인데 말이다. 학부 1학년때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통계를 모르고 있을것 같지는 않다.

미국 관료들이 지나치게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관료들에게 사람은 숫자에 불과하다. 한해 식중독으로 죽는 사람, 과음해서 죽는 사람, 각종 질병과 사고로 죽는 사람의 수는 1,000명도 아니고, 10,000명도 아니다. 100,000도 아니다. 흡연 단 한가지 원인으로만 죽는 사람이 한해에 수십만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광우병 사망자는 1명이다. 더 있는데 모르고 넘어간 사례가 훨씬 많았겠지만, 수십만명은 아닐 것 같다.

관료들에게 광우병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을 확률은 4만분의 1밖에 안되니까. 까짓 850마리 갖고 뭘....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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