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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용어가 있는데, 이중 하나가 디지털치매입니다. 국립국어원이 한 해 동안 주요 중앙 일간지와 방송 뉴스에서 사용된 신조어를 조사해 발표하는 “신어 보고서”가 있는데, 2004년

신조어 626개를 수집하여 정리한 용어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의학용어도 아니고, 표준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도 아닙니다.
학술데이터베이스에

“디지털치매”로 검색하면 단 한건의 연구도 나오지 않습니다. 해외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 관련 논문이 한 건 나옵니다. 한국의

신조어를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할 것인가를 논의한 내용입니다. 외국에는 없고,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이니, 통번역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겐 그

용어의 적절한 번역에 대해 학술적으로 고민해야 하겠지요.

“디지털치매”란 실체가

있는게 아니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는 종종 등장합니다. “-치매”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다보니 걱정스럽기 때문일겁니다. 언론에 등장한

디지털치매의 정의를 보면 디지털기기에 사용이 지나쳐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와 과도한 정보습득으로 인해 각종 건망증 증세가 심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디지털치매의 두 요소를 보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보기기에 기억을 의존해 기억을 하지 않아 건망증 증세가 심해진다”는

요소와, “정보습득이 과다해 건망증이 심해진다”는 요소입니다. 건망증이란 하나의 현상에 대해 두가지 원인이 작용하는데, 하나는

“기억하지 않아서”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기억을 많이 해서”입니다.
이렇다보니 디지털치매의 해결책도 상반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한편으론 전화번호를

외우고 신문잡지를 꼼꼼하게 읽으라고 합니다. 이는 디지털치매의 첫째 원인, 즉 정보기기에 기억을 의존하기 때문에 생기는 건망증의 해결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해결책은 디지털치매의 둘째 원인 즉 정보과다로 인한 건망증은 더욱 더 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보로 가득차 정보를 저장하지 못하는데 여기에다 추가로 전화번호나 신문잡지의 내용을 습득해야 하니 말입니다.
정보기기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보과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기기의 과다사용에서 오는 문제라기 보다 경쟁사회의 특성에서 오는

측면이 강합니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개인과 집단은 성취와 속도를 강조합니다. 정보기기는 바로 그 성취와 속도의 수단일 뿐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정보기기 그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풍요를 향한 치열한 경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기기가 문제가

아니라 과다한 경쟁에 있다고 한다면 처방도 달라집니다. 디지털기기의 사용을 줄이기 보다, 경쟁의 정도를 조금은 줄이는게 필요하겠죠.그리고 실체가 없는 “디지털치매”란 용어도 사용하지 말하야 합니다. 굳이 쓴다면 “경쟁후유증”이

어떨지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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