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만족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자살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유럽과 미국지역의 삶의 만족도와 자살율을 비교했더니 삶의 만족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살율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연구내용이 다소 충격적이다 보니 이를 보도한 매체수도 상당합니다.구글뉴스로 검색해보면 보도 건수가 무려 378건이나 됩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상관관계에서 연구자들이 유추해낸 자살의 이유입니다.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이 많으면 본인의 비참한 신세가 너무 대비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커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상당히 무책임한 설명입니다. 실제로는 상향사회비교를 측정하지 않고, 상향사회비교를 자살의 원인으로 추정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시한 근거도 상관관계뿐입니다. 상관관계는 말 그대로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나마 제시한 상관관계도 미약한 수준이라는데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찾아낸 상관관계(r)는 0.2 정도됩니다. 유의확률(p)은 0.05정도이고요. 즉,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리 높지 않은데다, 그 상관관계가 우연일 가능성이 5%나 됩니다. 통계적으로 의미있지만, 삶의 만족도와 자살을 연계시키기에는 그리 강한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연구에서 제시한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보면 삶의 만족도와 자살과의 관계는 우연하게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에서 자살율이 높은 10대 주는 네바다, 알라스카, 뉴햄프셔, 캘리포니아, 하와이, 오리곤, 워싱턴, 와이오밍, 뉴욕입니다 (소득, 인종, 고용 등의 요소를 고려해 조정한 순위). 그런데 이중에서 삶의 만족도가 상위 10위에 들어가는 주는 하와이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자살율 상위 10대 주는 자살율이 높은 이유가 있습니다. 네바다는 도박의 주입니다. 도박이 자살로 이어질 개연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알라스카는 태양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우울할 개연성도 충분합니다. 오리곤과 워싱턴은 태평양 연안에 접해 있어 날은 포근하지만, 흐린 날이 많은 지역입니다. 역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지역입니다. 캘리포니와와 뉴욕은 삶의 만족도가  각각 46위, 51위로 사는 게 그리 행복하지 않은 지역입니다. 와이오밍은 인구가 70만명정도 밖에 안되는 산간지역인데, 이곳도 도박과 관광이 주의 주된 수입인 곳입니다. 네바다와 같은 이유로 높은 자살율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영국 워윅대와 미국 해밀튼 칼리지의 공동연구팀이 학술지 <<경제행동과 조직(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에 제출한 연구입니다. 아직 출간된 논문도 아니고 게재 확정된 논문입니다. 출간도 되지 않은 논문이 언론에 보도된 이유는 연구자가 속한 대학에서 보도자료를 언론매체에 배포했기 때문입니다. (소득, 인종, 고용 등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순위로 보도자료를 작성했습니다.)
삶의 만족도와 자살율 사이의 상관관계는 학술지에 보고할만한 가치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할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미약한 상관관계만을 관측한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을 게재확정한 <<경제행동과 조직(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도 무책임해 보입니다. 만일 제가 이 논문 리뷰 의뢰받았다면, 상향사회비교가 자살의 원인이라는 부분을 이론적 논의 부분에서 뺄 것을 요구했을 겁니다. 근거 없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항상 비판적인 자세를 지녀야 하는데, 과학분야에서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과학적 연구"라는 권위에 언론이 눌리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기자도 이제는 학술지를 읽고  비판적으로 검토해야할 능력을 갖춰야하는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지식사회니까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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