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섹시한 두뇌

섹시하다는 것은 성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섹시한 두뇌라는 말은 두뇌가 성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섹시한 두뇌’라는 표현이 조오금은 어색해 보입니다. 흔히, 섹시하다고 하면 S라인, 꿀벅지, 식스팩 등 몸매를 말하니까요.
                                          Pablo Picasso, Blue Nude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는 “미남, 미녀가 왜 매력적일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멋지니까, 예쁘니까’ 정도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더 들어가, ‘왜 멋진 남자는 매력적일까요, 혹은 왜 예쁜 여자는 매력적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대부분 더 이상 답할 말이 없어집니다. 사실, 미남/미녀란 말 자체가 멋지거나 예쁜 남자/여자란 뜻이지요.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인류가 왜 지구라는 곳에서 번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번성하는 이유는 선대 및 선대의 선대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왔기 때문입니다. 환경에 적응하는데 불리한 특질은 떨궈내고 유리한 특질을 후대로 전해주면서 말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커다란 머리는 생존에 유리한 특질입니다. 집단을 이뤄 사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집단을 이루고 살다 보니,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정보를 처리해야할 커다란 머리(사람의 머리가 큰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여성의 S라인 몸매(허리-힙 비율)나 남성의 삼각몸매(어깨-힙 비율)는 생존에 유리한 특질을 지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성의 S라인 몸매 즉, 탄탄한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는 그 여성이 건강할 뿐 아니라 자손의 두뇌가 우수할 것이라는 지표 역할을 합니다. 허벅지의 지방은 태아와 영아의 두뇌 발달에 필요한 지방산 공급에 필수적인 반면, 허리의 지방은 오히려 필수 지방산의 공급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1만 6천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의 허리-힙 비율과 아이의 인지능력의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를 보고한 연구도 있습니다. 부모의 나이, 교육수준, 소득수준 등 아이의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를 배제해도 같은 결과였습니다. 여성의 허리-힙 비율과 아이의 인지능력사이의 관계는 산모의 나이가 10대 일때 더 두드러졌습니다. 청소년기의 산모는 태아와 뇌의 성장에 필요한 지방산을 나눠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의 삼각몸매가 여성의 S라인 몸매만큼 매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역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냥해서 먹고 살던 시절에야 남성의 떡 벌어진 어깨가 매력적이겠지만, 돈으로 먹고 사는 오늘 날에는 벤틀리 콘티넨탈 같은 값비싼 차량을 끌고 다녀야 매력적이라고 쳐줍니다. 이는 남성의 자원에 대한 접근능력의 지표가 체력에서 재력으로 바뀐 세태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체력보다는 재력에 본인과 아이의 삶을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성의 재력에 삶을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들은 남성의 섹시함에 다른 기준을 드리 댈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젊은 여성의 지능이 높을 수록 남성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배우자감으로 덜 매력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여성은 머리가 좋으면 남성 못지않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매나 재력은 섹시함의 직접적인 지표라기 보다, 두뇌의 우수성이 시대 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2차적인 지표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월의 변화에도 바뀌지 않을 우수한 두뇌의 지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 지표는 속일 수 없어야 합니다. 숫공작의 화려한 꼬리가 속일 수 없는 신호의 좋은 사례입니다. 화려한 꼬리는 공작의 능력을 나타내지만, 생존에 방해가 됩니다. 꼬리가 화려하면 포식자에게 사냥당할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화려한 꼬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우수한 특질을 갖고 있다는 대단히 정직한 신호(즉, 섹시함)이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신호인 만큼 아주 값 비싼 신호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화려한 꼬리는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그 무엇이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과시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신호를 함께 보내서는 안되니까요. 예를 들어, 1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는 물건을 100만원에 척척 사들이는 행위는 돈이 많다는 지표는 될지 몰라도 두뇌가 우수하다는 신호를 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지표 역할을 합니다. 즉, 머리가 조오금 나쁘다는 신호가 되겠지요.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 만원 대에 팔리는 상품이 명품으로 둔갑해, 수십만원에 팔릴 수 있는 한국의 그릇된 명품 문화는 결코 섹시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섹시함의 신호는 이타적 행동입니다. 이타적 행동은 행위자에게 순 손실입니다. 일종의 자기 희생입니다. 댓가없이 자원을 남에게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개인에게 순 손실이기에 자원이 풍부하다는 신호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의 욕심을 유보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돈은 모으면 모을수록 성취지향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돈이 많다고 해서 거액을 기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욕망이 또 다른 욕망을 부르는 돈의 심리를 제어하면서 재산의 상당부분을 턱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두뇌의 조절능력(즉, 마음의 힘)이 뛰어나다는 신호입니다.
                                       Paul Seinac, Helping Hands 

참고문헌
Lassek, W. D. & Gaulin, S. J. C. (2008). Waist-hip ratio and cognitive ability: is gluteofemoral fat a privileged store of neurodevelopmental resource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9, 26-34.
Dunn, M., & Searle, R. (2010). Effect of manipulated prestige-car ownership on both sex attractiveness rating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101, 69-80.
Stanik, C. E. & Ellsworth, P. C. (2010). Who cares about marrying a rich man? Intelligence and variation in women’s mate preferences. Human Nature, 2, 203-217.
Miller, G. (2000). The mating mind: How sexual choice shape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New York: Doubleday. 
Miller, G. (2009). Spent: Sex, evolution, and consumer behavior. New York: Viking.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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