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사람의 머리가 큰 이유

머리가 큰 사람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텔레비전의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조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좁은 TV스크린에 가능한 많은 사람을 ‘집어 넣어야’ 하는 방송계 종사자들이 직업본능으로 만들어낸 허위의식이라고나 할까요. 머리가

크다고 놀리지만, 사람됨은 바로 커다라 머리의 크기에서 나옵니다. 머리가

큰 만큼 지능이 고도로 발달했으니까요. (물론 얼굴이 상대적 작다고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모로 사람을 놀려먹는 문화를 조장하는 행태가 잘못이지요.)

사람의 머리의 크기와 지능이 비례한다는 사실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몸과 뇌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해 보면 사람의 뇌는 침팬지의 뇌에

비해 3배나 됩니다. 뇌의 주름도 훨씬 심하게 잡혀있고요. 이는 사람의 뇌가 무엇인가 복잡한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머리가 큰 이유에 대한 다양한 설명(예: 활동반경, 도구의

사용)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이 사회뇌 가설(The Social Brain Hypothesis)입니다. 사람의

뇌에 가장 큰 부하를 주는 요인이 인간관계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힘들다고들 하지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로빈 던바는 동물들의 사회규모와 뇌의 상대적

크기를 조사, 일정한 상관관계를 찾아냈습니다. 이 상관관계를

사람에게 적용, 제안한 게 던바의 수, 150 입니다. 사람들이 친근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150명 정도

된다는 설명입니다. 사람보다 뇌가 1/3정도 되는 침팬지가

이루는 무리의 수도 가늠할 수 있겠지요.

                                            출처: Adolphs, 2006던바에 앞서 리처드 번과 앤드류 휘튼이 사회관계의

복잡성과 지능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번과 휘튼이

아닌 던바에게 사회뇌 가설 창안자의 공이 돌아갑니다. 번과 휘튼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 ‘마키아벨리안 지능 가설’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의 복잡성은 속임수에서 온다고 본것이지요. 번은 속임수가 신속한 학습과

방대한 사회지식을 반영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번의 마키아벨리안 지능 가설의 한계는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속임수란 복잡한 사회관계에서 파생된 부차적인 요소입니다. 복잡한 사회를 이루다 보니, 지능이 발달해서, 속이는 ‘놈’이 나타난

것이지, 속임수를 쓰다보니 사회가 복잡해서 지능이 발달한게 아닙니다.

사회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속임수란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의 복잡성은 상호성과 이타성에서 옵니다. 상호성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내가 네 등을 긁어주었으면, 너도 내 등을 긁어준다.” 누가 보답을 제대로 하는지, 누가 남의 신뢰를 이용해 먹는지 잘 기억해 둬야 합니다. 서너명일

때야 단순하지만, 수십명만 넘어도 대단히 복잡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누가

누구 등을 긁어 주는 사이다”뿐 아니라, “나와 쟤가 서로

등 긁어 주는 사이라는 것은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지”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타성이 뇌에 주는 부하는 상호성의 그것과 구분됩니다. 상호성은 정보처리 양에서 부하인 반면, 이타성은 정보처리의 질에서

오는 부하입니다. 이타성은 눈 앞의 이익을 유보할 때 옵니다. 그런데, 왜 눈 앞의 이익을 유보할까요? 유보는 커녕 남을 속여서라도 이익을

챙기려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눈 앞의 이익을 “조절”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런데, 이 조절작용에 쓰이는 뇌의 에너지가 상당합니다. 포도당 수치가 내려가거나 피로하면 사람들의 조절능력이 우선적으로 떨어집니다. 실제로 사람의 뇌에서 유난히 커다란 부분이 바로

조절능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입니다.

사회뇌 가설과 마키아벨리안 지능 가설의 차이는

학문상의 논쟁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안 지능 가설에 따르면, 사기꾼들을 고도의 지적 존재로 여기게 되겠지요. 반면, 사회뇌 가설에 따르면, 은혜를 잊지 않고, 이타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고도의 지적 존재가 됩니다. 사기꾼들은

지능 발달의 부산물일 뿐이고요.

                               Henry Matisse. 1909/10. The Dance II. 참고문헌Dunbar,

R. I. M. (1998). The social brain hypothesis. Evolutionary Anthropology, 6, 178-190.Dunbar, R. I. M. (2007). Evolution in the social brain. Science. 317. 1344-1347.Adolphs, R. (2006). The social brain. Engineering & Science, 1. 2-8.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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