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10%만 쓴다?

입력 2010-11-11 18:01 수정 2010-11-15 08:52
두뇌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인간은 두뇌를 10%만 사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뇌과학자들이 자주 받는 질문이 정말로 사람은 뇌를 10%만 사용하냐는 질문이라고 하더군요. 뇌는 10%만 사용한다고 하기에는 몸의 에너지를 너무나 많이 소모합니다. 뇌는 몸의 전체 무게의 2-3%에 불과하지만, 에너지는 20%나 사용합니다. 이는 심장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양입니다.

사람의 뇌를 보면 주름이 심하게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동물의 뇌에 주름이 잡혀 있지 않습니다.

옆의 사진은 쥐의 두뇌입니다. 주름이 없이 편편합니다. 사람은 몸집에 비해 뇌가 큰 편인데, 그 커다란 머리에 더 많은 용적을 차지하기 위해 주름이 심하게 잡혀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뇌가 해야할 일이 많다는 반증입니다. 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뇌가 이토록 심하게 주름잡혀 있을 이유가 없겠지요. 만일 사람이 뇌를 10%만 사용한다면, 뇌의 상당부분을 다쳐도 장애가 오지 말아야 하겠지요.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뇌는 조그만 다쳐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나름대로 공감을 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말을 뒤짚어 보면, 우리의 두뇌는 개발될 여지가 무척이나 많다는 의미가 됩니다. 10%신화의 기원이 초기 심리학의 토대를 마련한 윌리엄 제임스라고 합니다. 제임스가 "인간의 에너지(The energies of men)"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정신적인, 신체적인 자원의 오직 조그마한 부분만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10%가 뇌의 일부가 아니라, 사람이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이라고 하면, '10% 신화'가 꼭 틀린 주장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인체의 신경세포는 모두 1천억 개나 된다고 합니다. 신경세포 하나가 1천에서 10만 개의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즉, 다른 신경세포와 1백조 개나 되는 대단히 복잡한 연합망을 구성합니다. 이 연합망을 통해 우리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과 느낌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신경세포들의 연합망은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새롭게 형성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1천억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3D로 보여주는 사진
                                          Photo Source: Van Wedeen

캐나다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인 도널드 헵이 "함께 점화하는 신경세포는 연결망이 형성된다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라는 유명한 법칙을 남겼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 헤비안 법칙(The Hebbian Law)"라고 합니다. 신경세포는 액션포텐셜이라는 전기화학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데 이를 "점화(fire)"라고 표현합니다. 신경세포들이 함께 점화하면 신경세포들 사이에 연결망이 형성(wire)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이미 뇌를 충분하게 100%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인간의 잠재력까지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잠재력 개발과 관련, 기존의 학설은 근본적으로 되돌아 보게 하는 연구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지능은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입니다. 지능은 크게 두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고정지능(Crystalized intelligence)과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입니다. 고정지능은 학습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관련있습니다. 유동지능은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이론을 사례에 적용하거나, 사례에서 이론을 추론해 낼 때 필요합니다. 머리가 좋다고 할 때 바로 이 유동지능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 향상되지 않기에, 지난 반세기 동안 후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여겨왔습니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의 수전 재기 연구팀은 작업기억에 부하를 주는 훈련을 통해 유동지능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학술지 PNAS에 보고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미국 오레곤 대학교의 탕 이웨인과 마이클 포스너 연구팀은 불과 5일간의 명상 훈련을 통해서도 지능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같은 학술지 PNAS에 보고했습니다.

유동지능은 타고나는 것이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게 아니라는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연구들입니다. 머리가 좋고 나쁜 것은 타고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동시에,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머리를 좋게 훈련시킬수도 있습니다. 마치 무술을 익히듯 말입니다. '마음의 힘'이라고 할 때 흔히 '근육'에 비유하는데, '마음의 근육'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체라는 것이지요.  

참고문헌
James, W. (1907). The Energies of Men. Science, 25, 321-332. Retrieved from http://psychclassics.asu.edu/James/energies.htm

Jaeggi, S. M, Buschkuehl, M., Jonides, J., & Perrig, W. J. (2008). Improving fluid intelligence with training on working memory, PNAS, 105, 6829-6833

Tang, Y.Y. et al. (2007) Short-term meditation training improves attention and self-regulation. PNAS, 104, 17152–17156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김영란법 시행 1주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현행 유지해야 1841명 67%
  •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현실에 맞게 금액 수정해야 921명 3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