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이 이렇듯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입력 2014-02-28 15:12 수정 2014-09-11 21:54
지난 26일 밤 9시 30분. 서울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반지하 방에 세든 세 여자가 숨져 있는 것을 집 주인이 발견했습니다. 사망자는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 방 바닥에 놓인 그릇에는 번개탄을 피운 재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시신 옆에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와 "주인 아주머니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쓰인 쪽지가 놓여있었는데요. 자살로 추정되는 이들의 죽음.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어머니는 12년 전 남편을 방광염으로 잃었습니다. 남편은 사망 당시 거액의 빚을 남겼으며 두 딸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든 상태였습니다. 때문에 딸들은 신용불량자가 됐고 큰딸은 지병인 당뇨가 심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머니의 식당 일과 둘째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충당하다가 한 달 전 어머니가 빙판에서 넘어져 몸을 다친 뒤로는 수입이 끊겼습니다. 이들은 좁은 방 두 칸,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견뎌내야 했습니다.

집 주인은 "이제껏 10원 하나 안 밀렸어요. 전기세와 수도세, 가스비 20만 원과 방세 50만 원 등 총 70만 원인데 (시신 옆에 놓인 돈봉투는) 이달 것을 미리 낸 것이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세 모녀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계산이 분명한 사람들이라는 얘기인데요. 이런 사람조차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세상은 팍팍한 것일까요.

확실한 것은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열악한 환경 탓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강자 논리와 행복지상주의, 권력·금력 숭배에 젖은 우리에게도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니까요. 어제와 오늘 이틀간 온라인을 뜨겁게 만든 뉴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들어봅니다.

"이토록 책임감 강한 사람들이 끝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세상이라면… 절망이다.
눈물이 쏟아진다.
우리 이웃이 이렇듯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데, 이게 내 일이 아니라고? 당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잠자기조차 부끄럽고 미안하다.
봄이 큰 걸음으로 뛰어오고 있다는데…
아득하니 너무 춥다."

"이게 우리가 사는 2014년 2월 27일 오늘의 현실이다.
너무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난다.
정치가 국민과 너무 멀고, 대통령은 딴 나라 사람 같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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