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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과 귀경 사이, 그리고 그 이후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났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가족과 오랜만에 재회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겠지요. 하지만 세상사에는 반드시 명암이 있어 어떤 이에겐 명절이 불행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번 설에도 꼭꼭 억눌려 있던 가족 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일곱 자녀와 떨어져 살던 90대 노인이 설날 당일 쓰러지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여럿 발생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명절이 겁난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고 있지요. 해마다 반복되는 ‘귀향과 귀경 사이,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선 이혼 소송이 급증합니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2월 9∼11일) 다음 달인 3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은 3581건으로 전달 3129건보다 14.5% 늘었습니다. 이런 추세는 2009년 이후 5년째 반복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는데요. 2009년 설 연휴(1월 25∼27일) 다음 달에 제기된 이혼 소송은 4086건으로 전달 3299건보다 23.9% 증가했고요. 이어 2010년 4223건(전월비 28% 증가), 2011년 4229건(37.5% 증가), 2012년 3755건(16.7% 증가)으로 유난히 설 다음 달에 소송이 많아졌습니다.
 
재판을 거치지 않고 이혼하기 위한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 건수 역시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설 연휴 다음 달에 신청된 협의이혼은 1만 1457건으로 전월 대비 6.9% 증가했습니다. 이 또한 2009년 20.4% , 2010년 21.1%, 2011년 20.5%, 2012년 14.7% 늘어나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6.7%에 달했습니다. 이는 명절 부부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 변호사는 “이혼 사건 전문 변호사들이 가장 바쁜 시기가 1년에 두 번 있다. 그때가 바로 설이나 추석 명절을 보낸 이후다. 이때 부부 사이가 크게 악화돼 의뢰인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댁에 간 며느리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고 입이 서말만큼 튀어나온다. 그 모습을 본 남자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여서 애꿎은 술만 마시게 된다. 시어른은 시어른대로 자식 부부 꼬락서니가 성에 차지 않아 괜한 트집을 잡기 일쑤. 그러니 명절이 지나가기 무섭게(때로는 와중에)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 된다. 내가 너희 집에 파출부로 왔느냐는 아내와 겨우 며칠 일하는 것 가지고 유세 떠느냐는 남편의 다툼이 파경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이○○ 신경정신과 의사)    

실제 한국인 10명 중 7명이 명절 직후 부부싸움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혼 직장인 288명을 대상으로 ‘설 부부싸움’에 대해 조사했더니 전체의 70.1%가 “꼭 싸우게 된다”고 답했다지요. 원인으로는 ‘시댁(처가) 부모님과의 마찰’이 21.8%로 1위에 올랐습니다. 이는 작년 추석에 실시된 동일 내용의 설문 조사와 같은 순위여서 눈길을 끕니다. 2위와 3위도 ‘양가 간 차별 대우'(16.9%), ‘양가 집안 방문 일정'(15.8%)인 것으로 나타나 양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단순히 하루이틀 휴식만 취하면 지나가는 것으로 간주돼 온 ‘명절 증후군’. 이젠 당신의 가족 공동체를 파괴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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