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이혼한 50대 후반의 남성이 있었습니다. 자식들과 떨어져 살며 홀로 노부모를 부양했는데요. 불행히도 부모는 치매 환자였습니다. 환자 본인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괴로운 병, 수발 경험이 없으면 아무도 그 고통을 모른다지요. 평소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그였지만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설상가상 중증 환자였던 모친이 지난 해 폐암 말기 판정까지 받으며 병세가 악화되자 그는 절망했습니다.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마침내 극단의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부모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게지요.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간다. 내가 모두 안고 가겠다. 용서해 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의 부친과 조부모 세 사람은 그렇게 이승을 하직했습니다. 지난 6일 발생,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비극적 사건이었지요.

"큰 저택의 전기 차단기를 하나씩 내리는 것처럼 뇌의 기능이 점차 사라지는 것…"
영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 2006)'의 주인공 그랜트(고든 핀센트)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고 이렇게 읊조립니다. 알츠하이머 병은 치매의 일종입니다. 극 중 아내 피오나(줄리 크리스티, '닥터 지바고'의 라라)는 식사를 하다 '와인'을 '위인'이라 발음하는가 하면 설거지한 그릇을 냉동실에 넣고는 망연자실해 합니다. 산책 나섰다가 길을 잃어 거리를 헤매기도 하지요. 자청해 요양원에 입소한 그녀는 한 달을 애타게 기다리다 찾아온 남편을 기억하지 못하고 본척만척합니다. 그 사이 새로 사귄 남자 친구에게만 집중하지요. 남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엉뚱하게 다른 남자를 들여놓은 아내를 본 그랜트는 당황합니다. 44년 간 해로한 아내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려 했으나 남겨진 시간 앞에서 무력하게 희미해질 뿐입니다. 더없이 강력해진 '아내의 치매' 앞에서….


▲ 영화 '어웨이 프롬 허'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약 58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숫자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100만 명이 돼 노인 10명당 1명이 치매 환자라는 게지요. 또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도 2008년 8.4%, 2010년 8.8%, 2012년 9.1%, 지난 해 9.4%로 해마다 치솟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지원하는 노인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치매 환자는 15만 명밖에 안 됩니다. 환자 4명 중 3명의 간병을 가족이 떠맡고 있는 상황이지요. 치매로 인한 1인당 진료비는 연간 310만 원 정도. 하지만 간접 비용을 고려한 가족부담 비용은 연간 2,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환자 보호자 100명 중 78명이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다지요.

60대 아들에게 "자네 누군가?" 거듭 물어보는 80대 어머니, 시도때도 없이 손녀 밥상을 차리는 할머니, 혼자 벽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난폭 행동하는 아버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음식만 보면 절대 손을 놓지 않은 식탐 할아버지, 자신의 30~40대 과거사를 마치 어제 있었던 것처럼 얘기하며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추억의 장소에 가겠다고 집을 나가 배회하는 아버지의 사연이 듣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우리를 낳고 키운 어른들이 지금 앓고 있습니다. 그 자식들이 울고 있습니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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