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비 오는 날, 부침개와 막걸리가 땡기는 이유


빗소리…. 참 듣기 좋지요. 나이 지긋한 이라면 함석 지붕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나 초가집 처마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단조로운 소리, 다락방 유리창을 부드럽게 노크하는 빗소리에 젖었던 추억을 지니고 있을 터. 찬 바람을 동반한 굵은 비가 쏟아지면 안방 아랫목에 깔아놓은 따뜻한 이불 속을 파고들던 아련한 유년의 기억도 떠오를 테지요. 오늘 낮 서울 도심에는 가랑비가 살짝 뿌렸는데요. 오랜만에 찾은 정동의 시립 미술관, 정동 교회를 거쳐 덕수궁 돌담 길을 비 맞으며 걸었습니다.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여름날 비가 오면 잠 자기 좋고 가을에 비가 오면 풍성한 수확을 거둔다 해서 ‘여름비는 잠비, 가을비는 떡비’라고들 합니다. 비 오는 날 퇴근 무렵 저절로 외로워진 술꾼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넣어 “비도 오는데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라는 말로 유혹을 하곤 하지요. 왜 사람들은 비가 오면 부침개를 많이 찾는 것일까요.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에 따르면 부침개 부치는 소리는 빗소리와 진폭, 주파수가 흡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잘 달아오른 프라이 팬에 부침개 반죽을 넣었을 때 ‘치직’ 하며 나는 소리는 비바람 소리처럼 들리고요. 부침개의 기름 튀는 소리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같다고 느낀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빗소리를 들으면 무의식 중에 부침개가 먹고 싶어진다는 게지요. 과학적으로 인간의 청각은 두뇌의 상상력을 동원해 소리에서 이미지를 생성하게 한다는 설명인데요. 실제로 비 오는 날 파전 전문점의 매출액이 평균 33% 증가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전에다 막걸리 한 잔 어때요?”


▲ 서울시립미술관


▲ 정동교회


▲ 덕수궁 돌담 길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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