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샌드페블즈 6기의 수상곡 '나 어떡해' 작곡자는 김창훈이라는 인물입니다. 샌드페블즈 5기였는데요. 그의 형은 지금도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완, 동생이 작고한 김창익이지요. 3형제가 모여 결성한 그룹이 바로 '산울림'입니다. 이들 역시 77년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예심 1위를 차지했지만 김창완이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산울림은 그 해가 가기 전 1집 앨범 '아니 벌써'를 내놓습니다. 이들의 데뷔는 한국 가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문화 충격'이라 할 만한 사건이었지요. 맏형은 기타와 보컬, 둘째는 베이스와 건반, 막내는 드럼을 담당했습니다.         



캠퍼스의 감성을 지닌 록 그룹으로 7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산울림. 77년 12월부터 79년 3월까지 녹음한 앨범만 5장의 정규 앨범을 포함해 8장이나 됩니다. 그들의 창작 열의와 음악에 대한 갈증을 확인할 수 있지요. '아니 벌써',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빨간 풍선' 등 파격적이면서 주옥 같은 곡들이 이때 쏟아져 나왔습니다. 산울림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마추어도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실험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혀 촌스럽거나 퇴색되지 않은 빛을 발휘합니다.

"데뷔 전 흑석동 집에 악기와 장비를 갖춰놓고 '음악 놀이'를 했다. 이럴 때마다 동네 아이들이 담장을 넘어와 난리를 치고 갔다. 이때 100여 개의 창작곡을 만들었는데 카피곡은 전혀 연주하지 않았다. 앨범을 내기 직전 전화번호부를 뒤져 음반사를 수소문한 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회사를 찾아가 계약했다. 은행 입사 시험 날짜와 녹음일이 겹쳐 시험을 포기했다. 1만 원짜리 중고 기타를 가지고 녹음실에 들어가 하룻만에 앨범 전곡을 녹음했다. 음반이 발표된 지 20일 만에 40만 장이 팔렸다. 음반 100장 녹음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 <한국팝의 고고학 1970> (한길아트, 2005)

동심을 유발하는 그림이 그려진 앨범을 처음 접하며 '무슨 동요 모음집인가' 오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둘이서', '기대어 잠든 아이처럼', '떠나는 우리 님'이 수록된 2집에 손이 가장 많이 갑니다. 쉬운 가사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독창적이면서 신선한 연주, 아무렇게나 내지르는 듯한 가볍고 아마추어틱한 창법에 오래~ 중독됐었지요.


# 아니 벌써


# 떠나는 우리 님


#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너의 의미




# 어머니와 고등어


# 청춘




# 빨간 풍선


# 나 어떡해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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