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대학가요제 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나 어떡해”

36년 전통을 이어오던 ‘대학가요제’가 폐지된다는 소식입니다. 2일 MBC의 한 관계자는 “고민 끝에 폐지를 확정했다”며 “정규 프로그램이 아닌만큼 후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을 발표해온 대학가요제는 지난 1977년 첫 방송 이후 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지난 2001년 폐지된 강변가요제와 더불어 70-90년대 스타 탄생의 산실이었지요. 제1회 대상곡 ‘나 어떡해’의 샌드페블즈, ‘내가’의 김학래, ‘꿈의 대화’의 이범용과 한명훈을 비롯해 배철수, 무한궤도, 전람회, 임백천, 신해철, 유열, 노사연, 김경호, 심수봉, 박칼린 등 실력파 뮤지션들을 배출했으며 한국 가요계의 저변 확대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형 연예기획사가 연습생 시스템을 도입, 직접 연예인을 배출하는 구조로 변화하면서 대학가요제 쇠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수 데뷔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기획사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가요제 출연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게지요.

특히 최근 몇 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방송국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폐지론이 돌았다고 합니다. MBC가 자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제작하면서 대학가요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지요. 작년 초에도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격론이 일었다고 합니다. 결국 “시대가 달라졌으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라는 실리가 “전통 고수”라는 명분을 이긴 셈입니다.

70년대 이후 대학 문화를 대변하던 낭만의 아이콘 대학가요제. 시대의 변화와 자본의 논리 속에 사라지게 됐는데요. 사실 취업 대비 ‘스펙(specification)’ 쌓기에 치중하는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음악은 ‘무모한 도전’일 수밖에 없겠지요. 옛날에는 재학 중 음악 활동을 하다가도 졸업하면 얼마든지 취업이 가능했으나 요즈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방송사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MBC는 28년 역사의 ‘창작동요제’를 지난 2010년 폐지한 데 이어 대학가요제마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데요. 문화의 확대 기능과 전통은 외면한 채 오로지 시청률이라는 결과주의로 흐르고 있는 이 시대 공중파 방송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씁쓸합니다.

▲ 샌드페블즈 – 나 어떡해(1977년 제1회, 대상)

▲ 서울대 트리오 – 젊은 연인들(1977년 제1회, 동상)

 
▲ 이범용 & 한명훈 – 꿈의 대화(1980년 제4회, 대상)

▲ 썰물 –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1978년 제2회, 대상)

▲ 김학래 & 임철우 – 내가(1979년 제3회, 대상)

▲ 심민경(심수봉) – 그때 그 사람(1978)

▲ 활주로 – 탈춤(1978년 제2회, 은상)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