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입력 2013-04-19 18:43 수정 2013-07-19 13:29

4월은 시인의 사랑을 받는 달입니다. T.S. 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으며 릴케는 '다시금 수풀 냄새가 난다'라고 노래했습니다. 현대 어느 시인은 '게으른 표범처럼 4월은 이제야 잠이 깨었다'고 읊었습니다.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으로 시작하는 '망향'은 채동선 곡에 박화목 시를 붙인 가곡으로 유명합니다. 박목월 시, 김순애 곡으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하는 '사월의 노래'도 있지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앵두, 살구, 매화, 벚꽃…. 어디를 가나 화사한 꽃대궐입니다. 주말 나들이 어떠신지요?











▲ 전남 진도 가는 길 <사진: 김선미>


망 향

박화목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
그 어느 산 모퉁길에
어여쁜 임 날 기다리는 듯
철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
머언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
나의 옛 고향은 그 어디런가
나의 사랑은 그 어디멘가
날 사랑한다고 말해 주렴아 그대여
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여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일레라


풀 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남산


다시 피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사진: 김선미>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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