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두 소년을 통해 본 ‘사랑하고 사랑받기’

불임 판정을 받은 어떤 부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망 목록’을 작성합니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마음씨 착하고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리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적어 상자에 넣고는 정원에 묻습니다. 그리고 잠이 드는데요. 한밤 중 천둥 소리에 깬 부부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어디서 왔는지 거실에 웬 흙투성이 소년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영화 ‘티모시 그린의 이상한 삶(The Odd Life of Timothy Green)’은 이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땅에서 불쑥 솟아나온 소년의 등장이 판타지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자극도 없고 충격도 없으며 딱히 반전이랄 것도 없는 전형적 디즈니표 가족 드라마입니다. 소년 티모시 역시 특별한 재능이 있다거나 튀는 아이가 아닙니다. 다만 다리에 나뭇잎이 여러 장 달려 있는 것과 세상을 다소 낯설어한다는 게 남들과 다를 뿐입니다.

부부는 티모시의 평범한 삶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발견합니다. 부모는 날 때부터 부모가 아니라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어야 부모’라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그들은 선물처럼 다가온 아이로부터 ‘포기하지 말 것,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말 것, 정직할 것, 선입견을 갖지 말 것’을 배웁니다. 인생의 새로운 경험과 교훈을 얻은 것이지요.

티모시가 ‘소망 목록’을 하나씩 이룰 때마다 다리의 나뭇잎이 복선(伏線)처럼 떨어집니다. O-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잎사귀마저 떨어진 날 밤, 티모시는 가족을 떠납니다. 가면서 그는 ‘무척 많은 일이 이뤄져요(So much is possible)’라고 쓴 편지를 남기는데요. 늦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을 들뜨게 했던 신비한 소년의 떠남이 아쉽기는 하지만 영화는 결코 슬프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라는 장치가 작동, 러닝 타임 내내 훈훈하기 때문이지요.

감독 : 피터 헤지스
출연 : 조엘 에저튼, 제니퍼 가너, C. J. 애덤스
개봉 : 2012, 미국

신비한 소년이 등장해 사랑의 소중함을 전하는 재즈 곡도 있습니다. 제목이 ‘Nature Boy’인 이 노래는 에덴 아베즈(Eden Ahbez, 1908~1995)라는 기인이 1946년에 작사·작곡했습니다. 미국 브룩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양친을 잃고 소년 시절부터 방랑 생활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은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는 철학의 소유자로서 히피처럼 살았지요.

어느 날 아베즈는 자신의 괴상한 차림새를 보고 정신병원으로 끌고 가려는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미치지 않았소. 웃기는 건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는 거지.”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경찰관은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맞소. 누가 또 당신을 귀찮게 굴면 나한테 말하시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 에덴 아베즈 가족

아베즈의 자연주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Nature Boy’는 냇 킹 콜에 의해 세상에 나가게 됐습니다. 1947년 여름 아베즈가 로스앤젤레스의 링컨 극장에서 냇 킹 콜을 만나 곡을 소개했다지요. 같은 해 9월 출반된  레코드는 이듬해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습니다. 

 
▲ Jon Hassell – Nature Boy


▲ Nat King Cole – Nature Boy

There was a boy,
A very strange enchanted boy.
They say he wandered very far, very far,
Over land and sea. 

A little shy
And sad of eye,
But very wise
Was he. 

And then one day,
A magic day he passed my way
And while we spoke of many things, fools and kings,
This he said to me: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한 소년이 있었어요. 뭔가에 홀린 듯 기이한 소년. 머나먼 곳을 떠돌다가 대륙과 바다를 건너 왔다지요. 수줍은 듯 슬픈 눈동자를 가졌지만 총명했어요. 어느 날 마술처럼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바보와 왕 같은…. 그리고 그는 말했어요.
“이윽고 당신도 알게 되겠지요.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라는 것을.”


▲ Jose Feliciano – Nature Boy


▲ Ike Quebec – Nature Boy

세상이 지금보다 덜 복잡해지고 우리 생활이 지금보다 덜 바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일만 하다가 죽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사회학자인 토니 캄폴로(Tony Compolo)는  ‘모든 인간은 죽을 때 자기가 못다 이룬 업적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서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을 때나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죽어가던 이들이 배우자나 부모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사랑한다’였지요.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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