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부담 없는 음악이 보사노바(Bossa Nova)입니다.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이란 뜻을 가진 이 음악은 브라질 삼바 리듬에 미국 쿨 재즈의 멜로디와 악기 편성을 융합한 퓨전인데요. 담배 연기 자욱한 밤 무대의 끈적끈적한 이미지 위에 가볍게 찰랑대는 장단을 덧칠했지요. 미묘하게 하늘거리는 바람의 리듬을 타다보면 ‘아, 이런 게 재즈풍이구나’라는 느낌이 옵니다.

보사노바는 삼바의 원시적이고 강한 비트를 단순화하여 대단히 감미롭고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줍니다. 1959년 브라질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제작된 영화 ‘흑인 오르페’의 카니발 음악으로 대중에게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지요. 이후 미국의 테너 색소폰 주자인 스탄 게츠(Stan Getz, 1927~1991)와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주앙 질베르토(Joao Gilberto) 그리고 라틴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함께 주조한 음반 ‘게츠/질베르토(Getz/Gilberto)’로 세계적 인기를 얻습니다. 이 앨범은 1963년 공개됐습니다.


▲ 60년대 초중반 세계를 보사노바 열풍에 휩싸이게 만든
 문제의 앨범 ‘Getz/Gilberto’


▲ 스탄 게츠




▲ Elizete Cardoso - Manha de Carnaval
1959년 발표된 영화 '흑인 오르페' 주제가 '카니발의 아침'.
클래식 기타리스트 루이 본파와
보사노바를 탄생시킨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음악 담당.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스의 비극을 모티브로,
브라질 리오 카니발을 배경으로 만든
프랑스 감독 마르셀 카뮈의 대표작.
5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앨범에 수록된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는 조빔이 브라질 이파네마 해변에서 만난 미소녀의 인상을 토대로 만든 노래로 보사노바의 교과서 같은 곡입니다. 기타를 연주했던 주앙 질베르토가 당시 그의 아내였던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와 함께 보컬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아스트루드의 드라이하고 담백한 창법은 보사노바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지요.


▲ Stan Getz, Joao & Astrud Gilberto - The Girl From Ipanema


▲ Stan Getz, Astrud Gilberto - The Girl From Ipanema

▲ Stan Getz, Joao & Astrud Gilberto - Corcovado


▲ Stan Getz, Joao & Astrud Gilberto - So Danco Samba우리에게 보사노바의 완성자로 각인된 스탄 게츠에게는 또 하나의 걸작이 있습니다. 폐암 선고를 받은 그가 남긴 불멸의 유작 ‘Stan Getz & Kenny Barron - People Time’인데요. 1991년 타계 3개월 전 공연했던 실황을 녹음한 앨범입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의 카페 몽마르트 무대에 오른 그는 마지막 백조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스탄 게츠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해준 케니 배런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그는 몸이 아픈데도 뜻밖에 연주를 잘했다. 매 솔로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곡이 끝날 때마다 힘겨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증거였다. 어느 날 스탄은 너무 힘들어서 계속할 수 없으니 한 곡만 피아노 솔로로 연주해달라 부탁했다. 그 연주를 마치면 캘리포니아로 돌아가서 새로운 암 치료를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 Stan Getz & Kenny Barron - First Song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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