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삶은 비교적 순탄한 편입니다. 미셸 페트루치아니처럼 예술과 인생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인물이 꽤 되지요. 스윙 재즈의 거장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1899~1974)은 생전에 무려 2천여 곡이나 썼는데요. 음악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음악이었습니다. 재즈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지만 빅 밴드의 리더로서 개성 강한 멤버들을 껴안는 인품도 뛰어났던 모양입니다. 겸손하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태어날 때부터 백내장을 앓아 시각 장애인이 됐으나 1분에 1천여 음을 연주하는 속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아트 테이텀(Art Tatum, 1909~1956), 만성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예술, 상업성 모두에서 성공한 키스 자렛(Keith Jarrett, 1945~ )도 학구적, 탐구적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들입니다. 이들은 부실한 신체 건강을 마음의 건강함으로 대체하고 탁월한 음악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 Duke Ellington Orchestra – Take The A Train, 1943

 
▲ Keith Jarrett Trio – I Fall In Love Too Easily

반면 트럼펫이나 색소폰 같은 관악기 주자들의 일생은 기복이 심하면서 불행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성적 느낌의 피아노와 달리 가슴에 응어리진 뭔가를 원색적으로 토해내는 것 같은 악기 특성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지요. 저 위대한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1920~1955)의 미스터리 같은 일화라든가 존 콜트레인(1926~1967)의 불운은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재즈계의 제임스 딘으로 불렸던 미국 쳇 베이커(Chet Baker, 1929~1988)는 현실과 꿈의 접경 지대에서 외줄타기 곡예를 하는 것 같은 특이한 삶을 살았습니다.

쳇 베이커는 불세출의 재즈 가수면서 지극히 서정적인 트럼펫 주자였습니다. 나른하게 속삭이는 보컬과 흘러가는 음에 입맞춤하는 듯한 연주로 유명했습니다. 연주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연주하는 스타일은 다른 사람이 결코 모방할 수 없을 만큼 독창적입니다. 1950년대에 히트시킨 싱글 ‘My Funny Valentine’은 지금까지 600여 명의 아티스트에 의해 1300여 곡으로 재해석된 최고의 스탠더드 넘버입니다.


▲ 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

 
▲ 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

1950년대 환호와 갈채를 받았던 쳇 베이커의 삶이 비극적 추락을 시작한 건 술과 마약 그리고 여자 때문이었습니다. 꽃 같은 30대에 병원과 감옥을 들락거렸습니다. 설상가상 68년에는 테러까지 당해 앞니를 잃게 됩니다. 트럼피터에겐 치명적이지요. 이래저래 음악 활동이 시들해지자 상심한 그는 유럽으로 건너가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70년대 이후 몇 차례 재기와 은퇴를 반복하다가 88년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추락해 사망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한 사고사로 처리했으나 명확한 사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요.

쳇 베이커가 떠난 지 올해로 25년. 그의 아름다운 음악이 우리에게 선사한 위안과 극단적 사생활이 던져준 혐오 사이의 현저한 불일치가 여전히 당혹스럽고 가슴 아픕니다.

“어린 아들이 떠들면 억지 술을 먹인 아버지. 연인에게 치사량의 헤로인을 강제로 주사한 남자. 마약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에게 몸을 팔도록 강요한 남편. 동료의 개런티를 가로채 마약 밀매 현장으로 달려간 뮤지션. 함께 투약하던 사람이 돌연사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유기한 철면피. 지옥으로 가는 3만 개의 구멍을 자신의 팔에 뚫은 마약쟁이…” 

 
▲ Chet Baker – Alone Together

 
▲ Chet Baker – Almost Blue

 
▲ Chet Baker – C’est Si Bon

 
▲ Chet Baker – I Talk To The Trees

 
▲ Charlie Haden & Chet Baker – Silence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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