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웃고 마시고 키스하고 체스를 사랑한…”



▲ Michel Petrucciani – September Second

2013년 계사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 해맞이 명소에는 모두 48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하네요. 첫 태양은 오전 7시40분 동해 추암과 망상의 수평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은 붉은 해가 솟구치자 탄성을 내지르며 저마다 간직한 한 해 소망을 빌었다지요.

먹고살기 힘들었던 1960~70년대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봉급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이 많았습니다. 가령 ‘돈이나 실컷 벌어 2층 집을 짓고 싶다’, ‘내 재주로 돈 벌긴 틀렸으니 공돈 1억만 생겼으면…’ 하는 꿈들을 꾸곤 했지요. 우동을 먹다 흑진주나 하나 씹히기를 기대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 당시 잘나가던 어떤 코미디언은 ‘거꾸로 매달려서라도 오래 살아야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심각한 신체 장애를 지녔던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 1962~1999)는 ‘나의 장애로 인해 알게 된 음악을 사랑합니다. 음악을 통해 아픔을 이겨낼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음악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라는 소망을 지녔던 사람입니다. 키 90cm, 몸무게 23㎏. 불완전 골 생성증이란 선천성 질병으로 네 살부터 성장이 멈췄다지요. 때문에 피아노 페달과 발을 연결시킨 특수 장치를 이용해 연주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를 축복으로 여길 정도로 구김살 없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 In A Sentimental Mood

차가울 정도로 정제되고 힘 있는 사운드와 뛰어난 기교로 ‘재즈계의 리스트’라 불렸던 페트루치아니. 장애를 초월해서가 아니라 재즈 피아니즘 역사에 분명한 획을 긋는 성과를 거뒀기에 찬사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즈 피아노의 쇼팽으로 불리는 서정주의자 빌 에반스(Bill Evans)의 직계보로서 선명한 리듬을 동반한 강렬한 코드 웍과 공격적인 아르페지오가 독보적입니다. 끊어치는가 하면 풀어놓는,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순간적으로 넘나드는 감각적인 텐션이 경이롭지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열정입니다. 나는 내 열정 속에 있는 빌 에반스로부터 내 연주를 끄집어내려 했습니다. 기술적인 면들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자 무엇인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열정과 감성과 지성이 그것을 충족시켜 줬습니다.”

그가 남긴 열두 장의 앨범은 유럽 최고의 베스트 셀러로서 지금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86년에 발표한 ‘Power Of Three’가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고 뒤이어 공개한 ‘Michel Plays Petrucciani’(1987), ‘Music’(1989), ‘Playground’(1991), ‘Both Worlds’(1998), ‘Solo Live’(1999), ‘Trio in Tokyo’(1999)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꿈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자작곡 ‘Home’, 파도 같은 즉흥 연주의 세계를 연출하는 ‘September Second’ 등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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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el Petrucciani Trio – Live in Concert – Stuttgart 1998

페트루치아니는 불구의 몸임에도 프랑스 재즈 페스티벌에 200회 이상 출전했으며 무수한 순회 연주회를 개최했습니다. 타계 2년 전인 1997년 11월에는 방한 공연도 가졌지요. 유럽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재즈 명문 레이블인 미국 블루노트 사를 통해 일곱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요. 1994년 프랑스 레종 드뇌르 훈장 쉬발리에를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36세란 한창 나이에 타계했지요. 사인은 폐렴. 현재 쇼팽 옆에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사망 당시 르몽드는 ‘웃고 마시고 키스하고 체스를 사랑했던 음악가’로 추모했습니다. 자신의 소망대로 멋지게 살다 간 ‘소년 같은 작은 거인’. 오는 6일이 그의 14주기입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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