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 1827년 씌여진 24곡의 연가곡집(連歌曲集)입니다. 시인 빌헤름 뮐러의 동명 연작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눈 덮인 겨울의 황량한 벌판과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 얼어붙은 시냇물, 잎이 다 떨어진 채 서 있는 나무가 떠오르지요. 가난과 병마 속에서 탄생한 불후의 작품으로 슈베르트 후기의 음악적 원숙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역시 그의 작품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백조의 노래’와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와 함께 대표적 연가곡집으로 불립니다. 

‘겨울 나그네’를 특별히 사랑했던 성악가가 있지요.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 한때 청중과 멀어졌던 독일 가곡의 전통을 되살린 가수로서 그가 노래한 ‘겨울 나그네’는 최고의 명반 소리를 듣습니다. 녹음을 무려 7번이나 했는데요. 그 중 영국 출신의 제럴드 무어가 반주를 맡은 앨범의 뒷 그림자가 가장 쓸쓸합니다.   


▲ Schubert - Winterreise
Fischer Dieskau(Bariton), Gerald Moore(Klavier) 1962

제1곡. 안녕히 주무세요(Gute Nacht)
실연한 사나이가 ‘연인의 꿈이여, 평온하여라’라고 빌면서 거리를 떠나간다.
제2곡. 풍향기(Die Wetterfahne)
연인의 집 지붕 위 풍향기가 사나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흔들리고 있다.
제3곡. 얼어붙은 눈물(Gefrorne Tränen)
스타카토처럼 뚝뚝 눈물이 떨어지고 슬픔의 노래가 화답한다.
제4곡. 마비(Erstarrung)
예전 연인과 즐겁게 놀던 추억의 벌판은 지금 눈으로 덮여 있다.
제5곡. 보리수(Der Linden baum)
보리수 가지와 잎이 흔들리는 느낌의 전주에 이어 나그네의 추억이 흐른다.
제6곡. 넘치는 눈물(Wasserflut)
한없이 흐르는 눈물은 눈이라도 녹일 것 같다.
제7곡. 시냇물 위(Auf dem Flusse)
시냇물을 덮고 있는 얼음 위에 연인의 이름과 사랑의 날짜를 새긴 반지를 묻는다.
제8곡. 회상하며(Rückblick)
쫓기듯 떠나온 그 거리를 생각한다.
제9곡. 도깨비불(Irrlicht)
도깨비불에 홀려 산 속을 헤맨다.
제10곡. 휴식(Rast)
추위를 피해 지친 몸을 이끌고 간 숯 굽는 집에서 쉰다.
제11곡. 봄의 꿈(Frühlingstraum)
새소리와 함께 나그네 마음이 심하게 요동친다.
제12곡. 고독(Einsamkeit)
나그네의 무거운 발걸음과 대자연의 정경이…
제13곡. 우편마차(Die Post)
우편마차의 나팔소리가 들린다. 올 리 없는 편지에 가슴이 설렌다.
제14곡. 희어진 머리(Der greise Kopf)
점점 하얗게 변하는 머리카락. 결국 이렇게 죽는 것인가?
제15곡. 까마귀(Die Krähe)
불길한 까마귀가 자꾸 쫓아온다.
제16곡. 최후의 희망(Letzte Hoffnung)
겨울 나무에 남은 한 장의 잎도 덧없이 떨어져 버리고.
제17곡. 마을에서(Im Dorfe)
개가 짖어도 마을 사람들은 자고 있다. 아, 꿈도 희망도 사라진 이 몸.
제18곡. 폭풍이 부는 아침(Der stürmische Morgen)
사나운 폭풍, 날아가는 구름, 매서운 겨울.
제19곡. 허깨비(Täuschung)
허깨비에게 기쁨을 구걸한다.
제20곡. 이정표(Der Wegweiser)
이정표가 서 있다. 길을 가리키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제21곡. 여인숙(Das Wirtshaus)
묘지는 내가 쉬어야 할 영원한 여인숙인가? 그러나 좀처럼 죽지도 않는다.
제22곡. 용기(Mut)
다시 한번 기운을 내 운명에 도전한다.
제23곡. 환상의 태양(Der Nebensonnen)
셋이나 됐던 마음의 태양도 모두 사라졌다.
제24곡. 거리의 음악사(Der Leiermann)
떠도는 거지와 같은 거리의 음악사. 손풍금을 타고 있다. 슬픔도 얼어붙은 것 같은 고독한 모습.



31세에 요절할 때까지 마치 겨울 같은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 몇몇 친구와의 만남 외에는 사회적 활동을 단절했던 그는 오로지 건반을 두드리고 오선지만 그렸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곡을 쓴다. 그리고 그 한 곡을 완성하면 또 다른 곡에 착수한다”고 말했지요. 결벽증에 가까운 그런 절대 고독 덕분에 600여 곡의 빼어난 가곡이 태어났습니다.

슈베르트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아침엔 눈을 뜨지 않기’를 희망했으나 언제나 다시 깨어나 좌절하곤 했다지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죽음의 그림자가 서성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합니다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산꼭대기에 올라 장엄한 풍경을 보고 있자면 인생이라는 것도 참 초라해 보이지요. 왜 우리가 죽음을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진 모든 것을 초월하는 대자연을 생각한다면 지상에서의 삶에 그렇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 P. J. Linch ‘죽음과 소녀’, 2010
‘죽음과 소녀’라는 주제는 오랜 세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해준 고전적 테마 중의 하나.

▲ Schubert - ‘Death and the Maiden’ 2nd mvt(Nightingale String Quartet)
슈베르트 현악4중주 14번 D단조 ‘죽음과 소녀’ 중 2악장.
다른 작품과 달리 완성에 2년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곡.
침울하고 절망적인 정서와 변화 무쌍한 장중함이 어우러진
슈베르트의 가장 극적인 걸작.
특히 유명한 2악장의 변주는
클라우디우스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선율을 테마로 전개됨.


슈베르트의 명작 중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있지요. 원래 아르페지오네라는 옛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겨울 내음이 물씬 묻어납니다. 여기서는 미클로스 페레니라는 헝가리 출신 첼리스트의 연주를 소개합니다. 페레니는 메이저 레이블 녹음이 적기 때문에 위상에 비해 지명도가 높지는 않지만 전문 첼리스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활 놀림이 ‘완벽 보잉’으로 소문 나 있지요. ‘짠 소리’로 표현될 만큼 차분한 음색은 중독성이 강해 ‘페레니의 소리’라고도 불립니다. 








▲ Schubert - Sonata in A minor “Arpeggione”
Miklos Perenyi, Violoncello
Andras Schiff, Piano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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