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미인과 추녀의 차이, 사실은…


남하하는 단풍따라 가을이 깊어갑니다. 한동안 해가 뜨면 ‘뜨는구나’, 지면 ‘지는구나’라고 곁눈질이라도 했었는데 최근엔 그나마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무엇을 챙기지 못해 이리도 허기지고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길래 이렇게 조급한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잘나고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자기 몫의 문제를 지니고 산다는데 기쁨과 슬픔, 이상과 현실, 행복과 불행을 굳이 갈라놓고 유리한 쪽만 고집하고 있으니 마음이 제 자리를 잡을 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 이건 잘생겼고 저건 못생겼다 하는 개념이 들어서 있는 분별심이 문제입니다. 

어떤 집 앞에 얼굴이 예쁘고 화사하게 옷을 차려 입은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집 주인이 이를 보고 반기며 물었다.
“누구시지요?”
여인은 수줍어하면서 “저는 공덕천(功德天)이온데 가는 집마다 복을 준답니다” 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그 여인을 집 안으로 맞아들여 향을 사르고 꽃을 뿌려 공양하였다. 
그러다가 밖을 보니 또다른 여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추한 얼굴에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이번엔 주인의 기분이 언짢아져 “당신은 또 누구요?”라고 퉁명스레 물었다.
그녀는 쇳소리가 나는 음성으로 “흑암천(黑暗天)이라 해요” 한다.
“무슨 일로 왔소?”
“나는 가는 집마다 재앙을 뿌리지요.”
주인은 화를 벌컥 내며 당장 물러가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당신이 반기면서 맞아들인 이는 우리 언니인데, 나는 항상 언니와 같이 살아야 할 팔자랍니다. 나를 쫓아내면 우리 언니도 나를 따라올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주인이 공덕천 여인에게 진위를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하면서 덧붙였다.
“나를 좋아하려면 우리 동생도 함께 좋아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시도 떨어져서는 못 사니까요.”
이 말을 들은 주인은 두 여인을 모두 내쫓아버렸다.
-『열반경』 ‘성행품(聖行品)’에서

오늘은 남아 있는 인생의 첫 날. 순류와 역류가 갈마드는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아름다운 계절이 전해주는 소리의 질감만은 온전히 붙잡고 싶습니다. 빈 옥수숫대 넘어지는 소리, 심야의 대봉시 떨어지는 소리, 가까웠다 멀어지는 열차의 기적, 한적한 호수 물안개가 숨밭 펼치는 소리, 잠시 짐 풀었다 다시 길 떠나는 가을비 발자국 소리….      


▲ Patrick Juvet – La Tristesse de Laura


▲ Cat Stevens – Sad Liza


▲ Seals and Crofts – Windflowers


▲ 齊豫(제예) – Desirous Water


▲ Dan Fogelberg & Tim Weisberg – Paris Nocturne


▲ Joanne Glasscock – Centaur


▲ The Shangri-Las – Past, Present and Future


▲ Mary Hopkin – Those were the Days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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