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생각을 바꿔라, 삶의 질이 높아진다


1993년 입적한 성철 스님의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세간의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중국 고승 5명이 ‘금강경’을 해설한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야보 도천 스님의 선시 중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부처님이 어디 계시단 말인가(山是山 水是水 佛在何處)’라는 구절을 일부 인용한 것인데요. 청원 선사(?~1117)의 설법에서 유래되어 ‘경덕전등록’이라는 경전에 수록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단순한 이 말 속에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불교 화엄종의 우주관은 존재하는 모든 세계를 네 영역으로 분류했지요. 이를 사법계(四法界)라고 부릅니다. 불교에서는 아래 네 차원의 세계 중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뒤쪽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높으며 이상적입니다.

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山是山 水是水) – 현상의 세계
2.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山不是山 水不是水) – 진리의 세계
3.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다(山是水 水是山) – 현상과 진리의 융합
4.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山是山 水是水) – 현상들이 교류, 융합

이를 단순화하면 ‘내가 옛적에 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더라, 이제 제대로 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부연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사물을 대하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게 되는 걸까요. 생전의 성철 스님으로부터 그 뜻을 구했다는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의 설명입니다.

“산과 물에 대한 사람의 인식은 세 단계로 발전한다. 먼저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즉 자연현상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첫 번째 단계다. 그러나 부처님을 만나면 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게 된다. 만물의 근본이 하나이므로 산과 물의 구별이 사라진다. 산이 물이고 물이 산이다. 천지(天地), 미추(美醜), 주야(晝夜), 희비(喜悲)가 모두 분리되지 않는 하나다. 이를테면 기존 가치 체계에 일대 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두 번째 단계다.

그 다음은 산이 도로 산이 되고 물도 다시 물이 되는, 전도되었던 가치 체계가 제 자리를 찾는 마지막 단계다. 이것은 첫 번째 단계로의 회귀가 아니다. 첫 번째 단계의 산과 물이 단순한 감각적 인식 대상이라면, 마지막 단계의 산과 물은 불성(佛性)을 반영하는 도구다. 이 단계에서 불자(佛子)는 산과 물 속에서, 다시 말해 천지 사방에서 부처님의 불법을 듣게 된다. 그래서 야보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부처님은 어디에 계시단 말인가’ 반문했고, 성철 스님은 그 구절을 인용하여 법당 안에서만 부처님을 찾는 불자들의 어리석음을 꾸짖으신 것이다.”

선의 체험으로 그러한 정신적 경지에 이르지 않은 범인이 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겠고 또 이러한 절대적 경지를 상대적 언어로 설명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위에 나열한 네 단계를 ‘장자의 꿈’에 대입하면 좀 더 이해가 빨라질 듯 싶습니다.

1. 장자는 장자, 나비는 나비
2. 장자는 꿈속에서 장자가 아니다, 나비는 꿈속에서 나비가 아니다
3.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요, 나비는 꿈속에서 장자다
4. 장자가 꿈을 깨면 장자고, 나비가 꿈을 깨면 나비다

장자, 혹은 ‘나’란 존재는 자신의 세계만 알다가(1단계) 이를 부정하게 됩니다.(2단계) 그리고 꿈에 몰입하게 되지요.(3단계) 하지만 꿈에서 깨면 다시 장자가 되고 나비로 돌아오는데요.(4단계)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꿈을 꾸기 전의 장자와 현상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의식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아집의 틀을 부수고 나와(2) 다른 세상과 소통함으로써(3) 고정 관념과 편견 없이, 평등하게 만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4) ‘흑과 백’ 같은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난 완전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지요.

눈에 보이는 현상에 집착해 꼼짝없이 1단계에 머물고 있는 답답한 나날. 오늘 밤은 장자의 나비꿈에 들어 훨훨 날아나 볼까요.  


▲ 김명희 시, 이안삼 곡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이명숙 노래)

해와 달이 흐르듯 내 가슴도 흐르네
꿈을 꾸듯 화안한 미소 지으며
높고 푸른 산과 들을 돌고 돌아서
오는 듯 모르게 찾아올 그대여
아 애타게 기다리는 황홀한 그대여
아 그토록 기다리는 황홀한 그대여
지금쯤 어디쯤 오고 있을까
지금쯤 어디쯤 오고 있을까
(…)
아 내가 기다리는 황홀한 그대여
아 그토록 기다리는 황홀한 그대여
지금쯤 어디쯤 오고 있을까
지금쯤 어디쯤 오고 있을까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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