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엽색가 카사노바는 아부의 달인이었습니다. 미인을 만나면 ‘당신은 매우 지성적’이라고 유혹했고 반대로 지적 여성에게는 미모가 뛰어나다는 찬사를 던졌습니다. ‘그녀 때문에 떨며 전율하노라’라고 읊었던 12세기 프랑스의 음유 시인들 역시 로맨틱한 아부의 대가에 속합니다. 마키아벨리나 몽테뉴, 베이컨 같은 철학자들도 남을 칭찬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요.

아부는 동서 고금, 남녀 노소와 신분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집트 귀족들은 파라오에게 단 한 번의 칭찬을 듣기 위해 평생 상찬의 말을 바쳤으며 고대 그리스 정치인들은 ‘대중이야말로 인간선의 총합’이라며 선동을 부추겼습니다. 특히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의 황금률은 아부 언약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내가 당신을 추켜세우니 당신도 나를 추켜세워라’는 상호 이타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칭찬의 도구였던 셈이지요. 선한 행위를 강조하며 문호를 개방한 기독교는 결국 보편성을 획득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하는 성공을 일궈냈습니다.

간지럽고 배배 꼬이며 끈적끈적하지만, 노골적이다가 때로는 어물쩍거리며 눙치는 다양한 어휘와 행동을 보여주는 아부. ‘아부는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직접 경쟁을 피하는 방법이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찬사나 알랑거림, 고맙다는 메모, 마음을 살살 녹이는 인사 등 약간의 투자만 하면 된다. 비록 거짓으로 탄로난다 해도 처벌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인간의 행복 지수를 높여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증가시키는 무공해 웰빙 푸드이기도 하다’는 고차원적(?) 해석도 있습니다.

“자존심이라는 놈은 냉장고에 잠시 넣어둬. 버리지는 말고.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을 거야!”

“아부란 놈은 상대방 허영심에 그대로 날아가 꽂히는 열 추적 미사일 같은 거야!”

“그냥 뇌를 툭, 놔버려~”

얼마 전 개봉했던 정승구 감독의 코미디 영화 ‘아부의 왕’에 등장하는 명대사들(?)입니다. 융통성 제로의 순수남 동식(송새벽)이 ‘감성 영업의 정석’이라는 책까지 쓸 정도로 유명한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로부터 전수받는 노하우들이지요. 실적에 웃고 우는 직장인들을 위한 ‘아주 중요한 처세술’이면서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목줄을 쥔 ‘슬픈 매뉴얼’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잠시 지난 세월을 복기해 봤는데요. 아부든 칭찬이든 지나치게 인색했으며 그것이 소신이든 고집이든 내 삶의 일부를 경직되게 만들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찌됐거나, 8월도 벌써 하순을 향해 치닫고 있으니 시간 정말 빠르네요.

“일 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입학 시험에 떨어진 학생에게 물어보라.
한 달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미숙아를 낳은 산모에게 물어보라.
한 주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주간 잡지 편집장에게 물어보라.
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아이가 여섯 명이나 딸린 일일 노동자에게 물어보라.
한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약속 장소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일 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기차를 놓친 사람에게 물어보라.
일 초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간신히 교통 사고를 모면한 사람에게 물어보라.
천 분의 일 초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사람에게 물어보라.”

- 숀 코비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 중에서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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