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쇼생크 탈출, 미저리, 캐리




스티븐 킹(Stephen King, 1947~ , 사진). 독자들의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만들고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 밥을 홀랑 태우게 하며 런던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직업이라는 공포 유발 전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밀리언 셀러를 만들어주는 팬들과 거액을 들여 신작을 거푸 사들이는 할리우드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대중 소설의 거장. 먹고 살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억만 장자가 되었지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인 ‘희망의 봄’이 포함된 연작 중편 ‘사계’를 비롯해 ‘캐리’ ‘샤이닝’ ‘미저리’ ‘셀’ ‘그린 마일’ ‘로즈 레드’ ‘애완동물 공동묘지’ ‘돌로레스 클레이본’ 등 많은 히트작이 있는데요. 귀신은 있는가 하는 물음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현대인의 불안과 외로움은 왜 발생하는가를 모색하고 있는 소설들이지요. 그는 독자 스스로 막다른 골목의 상처받은 감정을 해부하고 나아가 그것을 치유하는 일까지 이뤄지기를 희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편을 골라봅니다.


# 캐리(Carrie, 1976)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시시 스페이식, 파이퍼 로리, 에이미 어빙, 존 트라볼타
상영시간: 97분

스티븐 킹의 데뷔작. 소외받는 소녀의 외로움을 조명한 작품으로 선혈이 낭자하지도, 악마의 장난도 없지만 공포 영화의 ‘영원한 고전’으로 꼽힙니다. ‘왕따’라는 현대 사회의 병증을 설득력 있게 전해줌으로써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지요. 오래 전 영화지만 탄탄한 드라마와 세련된 화면, 특수 효과가 돋보입니다. 당시 무명이었던 존 트라볼타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캐리(시시 스페이식)는 이단적 종교의 광신도인 홀어머니와 함께 삽니다. 어머니는 외부와의 교류 없이 집에서 이상한 의식을 치르곤 하는데요. 내성적인 캐리는 언제나 어머니의 의도대로 끌려다니며 성장합니다. 그런 그녀가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 아이로부터 댄스 파티 파트너로 초대받자 동급생들은 ‘일사불란’ 집단 따돌림을 놓지요. 지금까지 참고 지내던 캐리는 급기야 분노를 터뜨리고, 이는 초능력에 실려 가공할 참극으로 이어집니다.




# 샤이닝(The Shining, 1980)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셸리 듀발, 앤 잭슨
상영시간: 146분

잭(잭 니콜슨)은 폐쇄된 어느 호텔에서 소설을 쓰며 부인, 어린 아들과 한겨울을 지냅니다. 폭설이 내려 완전 고립된 이곳에서 그는 끔찍한 악몽과 환상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가족을 해치려는 무서운 사람으로 변해가는데요.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 중 하나로 미국 가부장 제도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짚은 영화입니다. 정교한 촬영 방식으로 조여오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데요. 특히 눈 쌓인 미로에서 주인공이 아들 대니를 쫓아갈 때의 스테디 캠 촬영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잭 니콜슨의 독기어린 연기가 인상적이지요. 철학적이면서도 심미적인 공포 영화의 수작이지만 부인과 아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불온한’ 설정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식으로 개봉되지 못했다고 하네요. 

 


▲ The Shining


# 미저리(Misery, 1990)

감독: 롭 라이너
출연: 제임스 칸, 캐시 베이츠, 프란시스 스턴하겐
상영시간: 104분

교통 사고로 부상당한 인기 작가가 극성 팬에게 감금당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스릴러로 국내 개봉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롭 라이너가 ‘베스트 셀러 작가가 광적인 독자를 만났을 때’를 연출했습니다. 자신의 우상에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는 사이코 역을 탁월하게 연기한 캐시 베이츠는 91년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요. 좁은 공간에 놓인 두 사람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 ‘살 떨리게’ 오싹한 작품입니다.


# 로즈 레드(Rose Red, 2002)

감독: 크레이그 R. 백슬리
주연: 낸시 트래비스, 맷 키슬러
상영시간: 254분

심리학 교수인 조이스(낸시 트래비스)는 초자연적 심령 현상을 과학으로 증명하기 위해 ‘로즈 레드’라는 흉가를 답사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곳은 100년 전에 지어진 대저택으로 스스로 구조를 바꿔오고 있는데요. 주인은 의문사했고 안주인은 실종됐으며 그 후로도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 계속돼 왔습니다. 조이스는 다양한 분야의 심령가들을 모아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저주받은 저택에 노크를 합니다. 하지만 전설이 사실로 드러나며, 잠에서 깨어나는 악령의 집은 사람들을 하나 둘씩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스티븐 킹이 각본을 쓴 미국 ABC TV 드라마입니다. 책으로 출판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 Rose Red (2002)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스티븐 킹 자신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2006년 한 외신 기자 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대한 군산(軍産) 복합체를 통제하는 힘이 유별난 신앙과 결합하여 유치한 감성을 지닌 사람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혐오한다. 정말로 두려운 일이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조지 부시이다.”

스티븐 킹은 자신을 싸구려 대중 소설가로 매도하는 일부 시선에 대해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작가와 함께 협공을 가했습니다. 바크먼은 1977년 ‘분노’를 시작으로 1994년 ‘통제자들’까지 모두 6편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사실상 그는 가상의 작가였습니다. 스티븐 킹이 그 이름으로 기존의 작풍과는 전혀 다른 소설을 발표했던 게지요. 정말 웃기는 일은… 당시 평론가들이 바크먼에 대해 ‘새로운 신인의 탄생’이라며 크게 격찬했다는 겁니다. (ㅋㅋㅋ) 자신의 문학 세계에 강한 자부심을 지녔던 스티븐 킹의 지적 게임을 후에야 알게 된 미국 독자들은 ‘그다운 블랙 유머’라고 평가했다지요.

공포 영화는 1960년대 이후 메이저 급 혹은 B급 무비로서 영화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공포 영화는 자기 통제 영역을 벗어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예술’이라며 ‘대리 만족과 인간의 원형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멜로, 코미디와 함께 앞으로도 영원히 유지될 장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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