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 두려움, 정체는?


1994년 시작해 장장 8년간 방송을 탔던 SF 공포물 ‘X 파일’은 당시 최고의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X 파일’은 4차원의 세계, 외계인 출몰, 초자연적 현상 등 FBI가 통상적인 수사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미결 사건들을 모아놓은 극비사항 문서철을 말합니다. ‘붉은 점의 비밀’ ‘한밤의 UFO’ ‘우주 속의 유령’ ‘식인 원시인의 정체’ ‘살인 컴퓨터의 음모’ 등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 말해주듯 흥미 진진한 모험이 이어져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지요.



주인공인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안 앤더슨. 엊그제 외신 보도로는 세 번째 이혼을 했다고 함. 사진) 요원은 이러한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데요. 멀더가 기존의 관습과 제도를 거부하는 일탈자면서 과학을 회의하는 비합리주의자라면 스컬리는 상식과 증거로 합리적 결론을 끌어내고자 하는 과학주의자입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믿는 멀더와 ‘지금 여기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스컬리는 서로 대립각을 형성하면서도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함께 음모 속으로 뛰어들지요.

대부분의 사건 배경이 사람들 ‘마음 속 고향’으로 기억되는 작은 마을이란 점도 주목 대상입니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충격적인 문제가 우주 같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우리 곁의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학교나 교회의 첨탑, 시장이나 침대 밑이 모든 공포의 근원이라는 설정인데요. 이는 지난 세기말의 시청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 두려움을 안겨주었지요. 드라마는 시종 일관 현대 사회 공포의 정체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 X Files – Best Of Season One

‘공포’라는 감정은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조명하는 영화 소재로서 더없이 효율적이지요. 때문에 많은 영화인들은 다양한 변주를 통해 관객의 구미에 맞는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작가는 시공을 불문하는 보편성에 주력했고 또 다른 이는 자본주의를 꼬집는 당대성에 천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영화 ‘링’(1998)은 TV라는 소재를 통해 기계주의에서 비롯된 인간의 공포감을 포착했고요. 피임약의 폐해로 인해 태어난 돌연변이 아이가 살인마로 돌변하는 래리 코헨의 ‘그것은 살아 있다’(It’s Alive, 1974)는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1997)와 같은 영화는 청소년이 어른에 대해 갖는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하지요.

좀비 영화의 대부격인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의 조지 로메로는 서로 잡아먹는 가족, 좀비의 공격에 우왕 좌왕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핵가족 제도와 소비 지상주의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위안도, 확신도 없는 현대 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한 최초의 공포 영화로서 매카시즘과 인종주의에 대한 야유까지 읽을 수 있는데요. 이는 지배적 사회 규범에 저항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이해됩니다. 로메로 감독은 시리즈 2탄인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 1979)에서 좀비들을 야외의 쇼핑몰에 등장시켜 좀비와 자본주의 문화와의 섬뜩한 관계를 탐색하지요. 1985년 공개된  ‘시체들의 낮’(Day of the Dead)은 좁은 지하에 숨은 인간들이 협력은 커녕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귀다툼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신냉전 시대를 신랄하게 비꼬고 있습니다.

 


▲ Night of the Living Dead(Original vs. Remake)

핸드 헬드로 찍은 ‘블레어 위치’(The Blair Witch Project, 1999)는 공포 영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입니다. ‘1994년 10월, 세 명의 영화학도가 메릴랜드 주 버키츠빌 근처 숲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중 실종되었다. … 1년 후 그들이 촬영한 필름이 발견되었다’로 시작되는데요. 극중 초자연적 현상이 유일한 서스펜스일 뿐,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로서 우리의 상상력으로 하여금 공포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연출된 상황인지 모르게 하는 리얼리티가 뛰어나지요. 혁신적인 홍보 전략과 엄청난 입소문으로 미국 내에서만 1억 4천만 달러라는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올린 독립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 ‘파라노말 액티비티’ ‘클로버 필드’ ‘R.E.C’ 같은 다큐 방식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지요.  


▲ The Blair Witch Project

배우인 남편이 스타가 되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자 부인이 악마의 자식을 임신하게 된다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Rosemary’s Baby, 1968), 피뢰침에 몸을 관통당하는 신부, 유리창에 목이 잘리는 교수, 층계에서 죽는 엄마 등 악마의 살인 장면이 보는 이의 공포를 쉬지 않고 확대 재생산하는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 (The Omen, 1976), 양성 인간의 엽색 행각을 감미로운 선율에 담아 세련되고도 숨막히게 그려내고 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드레스드 투 킬’(Dressed To Kill, 1980)은 완성도가 높고요.

미디어 과잉, 중독의 시대에 대한 우울하고 묵시록적인 은유인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과 함께 버나드 로즈의 ‘캔디맨’(Candyman, 1992), 클라이브 바커의 ‘헬레이저’(Hellraiser, 1987)도 열대야를 잊게 만드는 영화들이지요.






▲ The Omen (1976)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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