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거리의 활엽수 큰 잎을 ‘후두둑’ 두드리는 굵은 빗방울 연타는 흡사 절도 있는 북 장단이고요. 집 앞 불암산 자락을 부드럽게 애무하는 안개의 흐름따라 수묵화 연작이 펼쳐집니다. 몇 달 전 아파트 정원에 씨를 뿌린 나팔꽃도 빗줄기를 뚫고 하나 둘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네요. 본격 장마가 시작된 건지요. 비는 굵기나 양에 따라 안개비, 는개, 이슬비, 가랑비, 작달비, 장대비 순으로 구분되는데요. 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여우비도 있고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억수도 있지요. 어떤 비든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양이 내려 인간의 건조한 영혼을 아름답게 적시고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가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 M.Pollini - Chopin - Prelude Op. 28 No. 15 in D Flat. Sostenuto (Raindrop)




▲ Martha Argerich - Chopin - Raindrop Prelude




▲ Valentina Igoshina - Chopin - Raindrop Prelude

금이 간 항아리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상태였다. 때문에 물을 가득 채워 출발해도 집에 오면 항상 반쯤은 비어 있기 마련이었다. 반면에 오른쪽 항아리는 물이 가득 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주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금이 간 나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 것으로 쓰세요.” 그때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이지만,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리지 않니?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보며 즐긴단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함을 추구한다.
자신의 금이 간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어떤 때는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 낙심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이 삭막하게 되는 것은 금이 간 인생 때문이 아니라
너무 완벽한 사람들 때문이다.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아내인가?
때문에 남편이 죽는다.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남편인가?
때문에 아내가 죽는다.



▲ Cascades - Rhythm Of The Rain


▲ Uriah Heep - Rain


▲ Demis Roussos - Rain And Tears



▲ Marie Laforet - Viens, Viens


▲ B. J. Thomas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 Gene Kelly - Singin' In The Rain(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 Michel Legrand - I Will Wait For You(영화 '쉘부르의 우산')



▲ Jose Feliciano - Rain




▲ The Everly Brothers - Crying In The Rain




▲ Mystic Moods Orchestra - Stormy Weekend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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